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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이십일 일

봄의 짧은 인사

by 박나옹

4월에 피었던 목련은 진달래, 개나리보다 조용하게 봄을 알렸다.

조그만 솜털에 겨우내 싸여 주저하던 작은 몽우리가

늦은 봄의 축제에 누구보다 화려하고 크게 온몸을 펼쳐 보인다.

수줍음 많은 꽃은 말없이 피어나 지나가는 그의 마음을 훔치고 싶었으리라.

그렇게 조용히 기다리기만 하다, 알아주지 않는 님 서러워,

봄이 떠나기 전에, 꽃은 나무 가지에 목을 매단다.

이내 떨어지는 하얀 꽃잎.

이내 검게 변해버리는 하얀 생명.

장렬한 꽃바닥 위에서 님은 더 이상 나를 아름답다 하지 않는다.

봄의 찰나에 그대를 열렬히 사랑한, 아름다웠던 나를 기억해 주세요.

나는 그대만을 바라보고, 손 흔들던 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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