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밥벌이의 지겨움

사당역에 부쳐

by 박나옹

시작은 이러하다.

끝내지 못한 업에 밤새 뒤척이며

날 밝을 즈음 고단한 몸을 일으켜 전쟁터로 나간다.

지하동굴 요란한 구렁이는 수천만의 군인들을 집어삼키고 뱉기를 반복한다.

오전 8시 사당역. 생선알같이 빡빡하게 들어찬 군중은 옆구리가 터지기 일쑤다.

누구도 아닌 그들과 입김을 나누고, 몸을 붙이고 있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닌데, 아닌 게 되어버렸다.

회색 표정의 사람들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닌데, 아닌 게 되어버렸다.

그들의 시작은 이러하다.



*2010년 3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뭐라고 소개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