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시장에 나만의 색을 입히다 - 초록통인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by 트래블메이커

그녀와의 인터뷰를 약속했던 날. 통인초록에서는 만들어 놓은 단체주문 도시락이 취소되는 일이 생겼다. 그녀에게 통인 시장에서 장사하며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허탈한 표정으로 ‘ 오늘 인터뷰는 힘들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미 만들어 놓은 12개의 도시락은 팔 수 없게 되었고, 그 도시락을 만드는 동안에는 매장 고객도 받지 못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위로를 건네고 싶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메리카노 한잔을 건네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녀에게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23년 전,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때도 수중에 100만 원만 들고 갔었다. 그렇게 4년 반전 통인시장으로 돌아왔다. 통인시장에서 시작한 음식 장사도 인생 처음이었다. 그렇게 1인 소상공인으로 살아온 지 5년 차. 이제는 그녀의 명란계란말이와 현대식 구절판은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뿐 아니라 서촌 주민에게도 반응이 좋다.



당당하고 거침없는 모습에 수줍은 웃음이 아름다웠던 그녀와의 인터뷰





새벽 5시 반에 나와 음식 준비를 하는 사장님.


Q) 사장님의 하루는 어떤가요?

쉽지 않죠. 힘들어요. 새벽 5시 반에 나와서 저녁 7시쯤 들어가요. 피곤해요. 집에 가는 버스에서 곯아떨어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집에 가서 세수도 못하고 양치만 하고 잘 정도예요. 하지만 장사하러 올 때는 항상 즐거워요.


Q) 혼자 장사하시는 게 벅차지 않나요?

저는 지금 개인적인 삶은 당분간 미뤄두었어요. 5년 동안 집중해서 사업을 키우고 그 이후에는 좀 더 업그레이드할 예정이에요. 바쁜 시간대만이라도 알바를 쓰고 싶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는 3~4만 원이 큰돈이라서 망설이게 돼요. 외부 주문이랑 매장 손님을 동시에 받아야 할 때 사람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지만.. 그때그때 음식을 만들어 팔아야 하기 때문에 바쁜 건 어쩔 수가 없어요.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없는 음식이고, 고객에게 찬 음식을 드릴 수 없어서요. 정말 바쁠 때는 아침 5분이 아까울 정도예요.




Q) 인터뷰가 취소되었던 날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아시다시피 전통시장에서 온라인 비즈니스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어요. 걸음마 단계인데, 제가 아직 주문받고 시스템을 다루는 과정이 익숙지 않았어요. 앱에서 30분 조리시간 추가를 눌렀어야 했는데, 30분이라고 했던 거죠. 조리시간이 1시간이거든요. 조리시간이 넘어가니까 고객이 화가 났고, 양해를 구했지만 소용없었어요. 그날 준비된 재료도 다 버리고, 매장 고객도 받지 못했어요. 진이 다 빠졌죠. 고객들에게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으면 상인들은 진이 다 빠져요. 처음 있는 일이라 속이 많이 상했어요.


구절판. 색깔 참 예쁘다. 100개 먹어도 살이 안 찔 것 같다.


Q) 장사 2년 만에 2020년에 KCA 딜리버리 푸드 어워즈를 받았는데 어떠셨어요?

장사 2년 만에 상을 받게 되어서 정말 기분이 참 좋았어요. 장사가 잘 되고 있던 시기였거든요. 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한식이라는 콘셉트 안에 들어가게 되어서도 좋고요. 하지만 아직도 조리시간을 단축하는 문제와 온라인 비즈니스에 익숙해지는 건 제 숙제예요.


Q) 힘들지 않았나요?

힘들었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아요. 주어진 상황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지금도 장사하러 오는 아침이 즐거워요.


Q)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뭐예요?

명란 계란말이와 구절판이 가장 인기죠. 현재는 두 개만 해요. 처음에는 밥 종류도 했었거든요. 처음에는 멋모르고 햄버거도 했는데 여력이 안 된다는 걸 알고 포기했죠. 지금은 혼자서 집중해서 판매할 수 있는 메뉴를 제대로 하자라는 생각이에요.



Q)통인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할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이곳을 둘러보면서 ‘이 시장에서 시작해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시작했죠. 돈 벌어서 서촌에서 살고 싶어요. 1년 동안은 하루도 쉬지 않았어요. 지금은 월요일은 쉬어요. 장사에도 리듬이 필요한 데 통인시장은 금토일이 정말 바쁘거든요. 그래서 월요일은 쉬어요 쉬면서 리듬을 찾고 있어요.




Q)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가 있나요?

너무 많아요. 문화예술 쪽으로 관심이 많거든요. 미국에 가기 전에 10년 동안 기자로도 일했어요. 책도 쓰고, 작가로도 활동했어요. 그리고 저는 눈을 뜨면서 자기 직전까지 노래를 들어요.


Q) 좋아하는 가수가 있나요?

데이비드 게릿의 기타 연주 들어보세요. 정말 잘생기고, 기타도 잘 쳐요. 꼭 들어보세요.

*참고 : David Garrett - Paganini Caprice No 24


https://www.youtube.com/watch?v=ITzcZia7fsQ

진짜 잘생김



Q) 고객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을까요?

없어요. 고객들은 제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사장님이 정말 정성 들여서 만드시는 거 같아요.' 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제 음식과 노동력의 가치를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음식도 홈메이드, 핸드메이드가 있어요. 공장에서 찍어낸 것이 아닌 제가 직접 만든 건 가치가 다르잖아요. 음식에 정신을 담아서 일일이 만들죠. 그 가치를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은 ‘아오. 이거 손 많이 가는 건데.... 일일이 채 썰고, 볶고 하는 거 한 장 한 장 다 부쳐서 어떻게 해요.....’라고 하죠. 사람들은 다 알아요.


아삭아삭 식감이 너무 좋은 구절판..도시락. 인터뷰 준비를 하며 3통이나 먹어치웠다.


Q) 요즘 고객들의 성향이 변화했다고 하는데 어떤 점이 그런가요?

위생이나 물건의 진열 배치는 예전부터 중요한 기본이고..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변했어요. 단골들은 포장지나 비닐봉지 필요 없다고 해요. 전 그런 거 정말 좋아요. 앞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그렇게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이제 통인시장은 스스로 돌아보고 정비해야할 시기.
건강하고 정직한 음식을 제공하는 통인시장이 되었으면

Q) 통인시장도 다른 전통시장처럼 코로나 이후에 힘든 시기를 지냈는데요. 통인시장 상인들이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까요?


이제는 통인시장이 엽전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통인시장은 엽전 도시락으로 인해 코로나 이전까지 정말 바쁜 몇 년을 보냈어요. 이제 스스로 돌아보고 정비를 해나가야 할 시기예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내 것을 만들어야 해요.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고 가짓수를 많이 하려고 하지 말고, 한 두 가지만 제대로 만들어 손님들께 내놓으면 좋겠어요. 배고픈 시간에 오는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정직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참고] 초록통인은 통인시장의 중간. 길이 꺾이는 곳에 위치해있다.



※인터뷰 내용과 사진은 모두 로컬콘텐츠랩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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