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시장을 여는 가게 (2) 개성상회

통인시장의 문지기. 시장과 함께 한 부부의 인생

by 트래블메이커

통인시장이 시작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시장 입구를 지켜온 개성상회. 홍순호 사장님은 부모님과 함께 개성에서 내려와 서촌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통인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이 벌써 60년이 넘었다. 통인시장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미스터 친절맨. 통인시장이 외국인에게 유명 관광지가 된 이후로 그는 외국인 단골손님도 생겼다. 그의 첫인상은 깔끔하면서 꼬장꼬장한 할아버지였으나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생각을 나누기를 좋아하는 멋진 할아버지였다. 친구와 수다를 떨듯,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는 손녀처럼 재미있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북한 이북에서 오셔서 개성상회라고 이름 지으신 거죠?

홍순호 씨 : 네, 부모님 등에 업혀 서울에 와서 살게 되었죠. 예전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는 어머님을 모시고 북한에 사시는 두 이모님들도 만나 뵈었었죠. 세월이 정말 빨라요.


Q) 서촌 주민들은 개성상회에서 토종닭을 사던 추억이 있다고 하세요.

홍순호 씨 : 맞아요. 어머님이 시골 5일 장에서 토종닭을 받아오셨었죠. 아주 옛날에는 정말 5일마다 물건을 실은 차가 올라왔었어요. 그때 팔던 닭과 계란이 정말 좋아서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그 뒤에 공장에서 키워지는 닭이 많아져서 더 이상 팔지 않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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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혼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홍순호 : 저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대학도 다녔어요. 여동생들도 다 가르쳤죠.


Q) 사모님도 함께 쭉 가게를 함께 봐오셨던 거예요?

아니요. 아내가 함께 가게일을 본 지 3년쯤 되었어요. 시어머니와 아이들을 돌보느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Q) 사모님께 한마디 하신다면요.

홍순호 : 고맙다. 남자들은 이 나이 되면 아내에게 다 고마워요.


장사는 제품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무조건 친절해야 해요.

Q) 사모님께서 사장님의 장사 방식을 보고 뭐라고 하세요?

너무 고집스럽데요. 제가 완벽주의자라면서요. 저는 가져온 모든 제품을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크기에 맞게 다시 다 소포장을 해요. 아내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해요. 제가 과잉 친절이래요. 시장에 애정이 많아서 그렇게 보이나 봐요.


Q) 장사 철학이 있으세요?

홍순호 : 제품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무조건 친절해야 해요. 자 이 돌김 하고 오늘 아침 구운 아몬드 먹어보세요. 향이 정말 달라. 천 원짜리에도 제 장사 철학을 담았어요. 피문어 이런 건 아는 사람들만 사가는 제품이죠.


Q) 자녀들이 가업을 잇기를 바라시나요?

홍순호 : 에이. 아니야. 안돼 안돼. 한참 통인시장이 잘 될 때는 아들이 젊은 감각으로 가게를 조금 바꿔서 이어서 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한창 통인 시장 좋았을 때는 이 입구에 엽전 사서 들어오려고 줄 서 있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코로나 이후로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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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5년의 통인시장에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홍순호 : 정말 참 많이 변했죠. 이제 시장다워진 거 같아요. 제 욕심에는 더 다양한 점포들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비행기 안에 잡지에 나올 만큼 유명한 곳이 되었지만, 아직 실질적으로 더 유명한 시장이 되었으면 해요.


시장은 시장의 존재로서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사람이 머물러 있잖아요.



Q) 서촌은 개발 이슈가 있는 북촌이나 삼청동 보다는 지역 주민들에게 큰 문제없이 동네 분위기가 잘 유지되는 듯 보이는데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홍순호 : 시장이 있기 때문이죠. 시장이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시장의 존재로서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사람이 머물러 있잖아요. 그래서 크게 뜨지도 지지도 않은 거죠. 또 청와대가 근처에 있으니 개발이 빨리 되지 않은 것도 있죠. 보이지 않은 규제가 많아요.


Q) 언제까지 장사를 하실 예정이세요?

자식들은 ‘엄마, 3-4년만 더해’라고 해요. 하지만 내려놓을 때가 다 되었다고 싶어도 그건 아니에요.


Q) 개성상회의 마지막 날을 상상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홍순호 : 있죠. 언제 그만둬도 제 마음가짐은 항상 똑같을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살아요.


DSC02359.JPG 깨끗하게 깎아 포장한 밤이 그와 닮았다.


Q) 통인시장 상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홍순호 : 오로지 하나. 친절. 친절. 그리고 친절


Q) 홍순호 사장님이 홍순호에게

신용을 지키자. 겸손하자. 그리고 통인시장이여 영원하라!!!!!!





언제가 마지막 날이 되어도 여한이 없다는 친절 장사꾼 홍순호 씨.

나는 통인시장 입구에 가면 항상 그를 찾게 된다.




※인터뷰 내용과 사진은 모두 로컬콘텐츠랩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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