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림 자연산 산나물을 맛보고 싶다면
3년 전 지방 출장을 다니며 알게 된 청년 농부가 있다.
처음엔 지역 사람이 아닌 사람들을 경계하는 듯하여 나 또한 굳이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지만, 그가 홍천 오지에 터를 잡고 살면서 진짜 농부의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는 2020년, 약 4년 전에 이곳에 아무것도 없이 터를 잡았다고 했다. 그리고 조금씩 땅을 사서 고랭지 도라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에는 집 근처 국유림을 임대받아 산을 지키며 산이 주는 자연산 나물을 캐고 있다고 했다.
작년 초, 산나물을 캐러 가는 그와 지역 주민인 할머니 (일명, 산나물 박사)를 따라나섰다.
사람에 발길이 닿지 않는 국유림의 깊은 산은 5월 초인데도 쌀쌀했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새벽에는 영하로 떨어지기 일쑤였다. 여기저기 초록 풀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모두 귀한 자연산 산나물이라 했다.
나물을 캐는 할머니의 손길은 분주했다. 산나물을 손으로 끊을 때마다 들리는 " 톡, 톡" 소리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 난 그날 자연이 주는 극강의 신선함을 맛봤다. 산나물은 비슷비슷하지 않다. 이건 차원이 다른, 다른 부류의 식재료이다.
보이나요? 자연산 산나물들이?
나에게는 그저 초록풀만 가득했지만, 지역민들은 보물찾기 하듯이 산나물을 채취했다. 그리고 톡톡 따서 흙 한번 툭툭 털어 와그작와그작 씹어드시는 모습이 너무나 자유로워 보였다. 나도 따라먹기 시작했다. 용기 내서 먹어볼까?
하............. 이런 맛이구나. 다 다른 나물의 다 다른 신선함. 이걸 말로 어떻게 표현하지?
놀랍도록 싱싱하고 향이 깊은 자연산 산나물. 이 맛은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겠구나.
싱싱하다...... 그 이상일 때 쓰는 표현이 없을까. 향이 강하다기보다는 그윽하고 깊었다.
지금까지 먹었던 나물들은 고춧가루와 참기름 맛으로 먹었던 걸까. 나물향이라는 걸 이런 걸 말하는 가보다. 씹히는 맛이 과연 아삭아삭하다. 내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절로 난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날 우리가 채취한 자연산 산나물은 14종. 전 이날 청년 농부에게 제안을 했다.
제가 이거 팔아볼게요.
국유림 자연산 산나물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이 싱싱함을 나누고 싶다. 짧은 기간에만 판매하고, 한정 수량밖에 나오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하는 작업이니 난 돈을 벌지 못할 거다. 지역 주민의 인건비를 줘야하고 배송비도 있고 자연산 산나물의 가치 또한 있다. 또한 지역주민도 이 일로 큰 돈을 벌지는 못할 거다. 오히려 더 번거로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지키고 있는 자연과 자연이 주는 소중한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누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없이 기뻐할 거라 확신한다.
막 채취한 산나물을 하루정도 찬 기운에 숙성을 시켜 배송한다. 하루에 고작해야 15-20kg 밖에 수확하지 못한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산이 허락한 기간 동안만이라도 자연산 산나물로 배를 가득 채우고 싶다. 그래서 판다. 나는 내년에도 이 자연산 산나물을 먹고 싶다. 그래서 판다. 다행히 작년에 구매한 사람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선주문을 해주셨다. 다들 이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봄. 아직은 초봄인 강원도의 자연산 산나물을 함께 먹어보실래요?
https://www.localholic.co.kr/foods/?idx=3
※참고 : 허가받은 국유림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