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명의 전국의 관광인에게 170여 시간의 지역관광 교육을 진행하며
늦여름부터 시작했던 전국 지역관광 콘텐츠 강의는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끝났다. 총 12개 지역에서 한 지역당 12시간에서 16시간 동안 진행했고, 180여 명의 관광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 나는 3달 간 총 170여 시간을 강의했다.
첫 번째 도시였던 인천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서 '과연 12개 도시의 강의를 끝까지 마칠 수 있을까' , ' 코로나에 걸려도, 독감에 걸리더라도 12월에 강의 다 마치고 아프자. '라고 생각했는데 말이 씨가 되었다. 나는 강의 중에는 아프지 않았다. 강의를 마치고 전국의 수강생들과 함께하는 기념 세미나가 끝나고 나서야 몸살로 앓아누웠다. 2022년의 가장 큰 도전이었고, 앞으로 몇 년 동안 이런 큰 도전 과제는 없을 것 같다. 이번 강의를 하며 몇 가지 느꼈던 점을 적어본다.
<2022년 미래형 관광인재양성 교육>의 하나였던 DDD 로컬관광콘텐츠는 한국관광공사의 주관으로 기획되었고, 디지털 기술(D)과 데이터(D)가 만드는 우리 지역 관광이야기(Drama)라는 주제를 가진 교육이었다.
<강의 지역>
인천 창원 전구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춘천, 경주 그리고 인구소멸 지역 특별 강의로 3개 지역(강원, 전남, 충남)
<강의 대상>
지자체 관광과, 문화재단, 관광재단, 관광두레 PD, 관광사업자, 관광가이드, 문화해설사,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숙박 운영자/마케팅, 홍보대상자, 카페 및 식음료 운영자, 관광학과 대학생, 예비 관광 창업자 등
12개 도시는 강의를 진행하는 강의장이 위치한 거점 도시명이였을 뿐, 실제 교육 참가자들이 활동하는 지역은 더 광범위했다. 양산, 청도, 보령, 세종시 등 한 강의에 5개 이상의 다른 도시에서 다른 직무를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나는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까. 주최주관 쪽에서도 나 또한 처음으로 시도하는 방식의 관광콘텐츠 강의를 맡을 때부터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관광콘텐츠 교육은 무엇을 전달해야할 것인가
나도 외국인을 만나 한국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최우선인 관광활동가다. 그리고 그 다음이 관광서비스 교육이다. 그래서 이런 전국 단위의 장기 교육을 앞두고 전문적인 강의 스킬이나 말솜씨가 없다는 게 내 개인적인 걱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관광업계에서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봐온 것, 해온 일, 데이터, 소비자 경험 결과를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16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결국 강의를 계속할 것 인가 말 것인가는 강의가 끝날 때마다 진행되는 수강생 강의 만족도와 후기로 주최측이 판단했다. 다행히 강의 만족도는 전 지역 4.95 이상을 유지했다. 진정성이 통한 것 같아 감사했다. 강의 중 아프지 않은 나 자신에게도 감사했다.
관광가이드 및 문화해설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관광객(소비자) 경험이 없거나 적었다. 결국 관광상품은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매번 평가받는다. 따라서 일관성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연륜 있는 능수능란한 관광사업자라 하더라도 관광객 경험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보통 특정 분야의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직무별로 나누어 교육을 진행하는 강의 또한 짧아야 8회 이상 진행하는데 시/군 단위 지역에서 관광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을 모두 모아 놓고 1박 2일 동안 어떻게 만족할만한 강의를 제공해야 할까.
내가 만난 180명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지역관광을 이끌어왔던, 이끌고 있는, 앞으로 이끌어갈 사람들이었다. 내 강의의 주 내용은 그동안 해외에서 경험했던 지역관광콘텐츠에 대해 공유하고, 최근 여행을 활발히 하는 (외국인, MZ세대) 사람들이 지역에 기대하는 관광콘텐츠는 무엇인지에 대해 여과없이 공유했다. 그리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지역 내 관광 콘텐츠의 양과 질에 대해서 지역 사람들과 냉정하고 치열하게 1박 2일 동안 함께 고민했다. 인천에서는 인천을 담당하는 관광 기획자 입장에서 함께했고, 대전에서는 대전의 관광기획자가 되어 지역민들과 함께 고민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관광 정책과 여행업계 시스템에 관한 성토대회 같은 특별한 한풀이(?) 시간도 있었다. 1박 2일동안 수강생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번 지역관광콘텐츠 교육이 다른 강의와 다른 특별한 점은 관광콘텐츠와 지역의 SNS와 ICT를 분석해서 지역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빅데이터와 소셜미디어를 결합시켜 함께 지역의 데이터를 살펴보고 데이터를 참고해서 실제 판매가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강의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관광데이터를 살펴봤다. 그동안 관광기업과 지자체에서 발간한 통계자료를 들여다보면서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큐레이션하여 전달했다. 나에게는 지역 관광의 큰 흐름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모두가 이미 아는 이야기겠지만 일상이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강원도 지역강의에서 한 카페 사장님이 강의 실습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장님의 목표는 지역 내 인기 맛집 데이터 10위권 안에 드는 것이었다. 이처럼 식당, 카페, 유투버, 책방 사장님이 모두 관광콘텐츠에 대해 공부한다. 그래서 나는 관광전문가라는 말이 불편하다. 일상의 트렌드가 모두 여행과 연관되어 있다. 관광학의 큰 흐름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라면 전문가라는 말은 어쩐지 좀 관광,여행과 어울리지 않는다. 깊이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변화의 정도와 그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에 머무를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관광의 전문가들은 모두 현장에 있다. 실제 강의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은 현장에서 관광객/소비자를 만나온 수강생이다. 앞으로 관광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발전할지 궁금해진다.
광역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군단위에서는 분석할 지역 관광 콘텐츠 자료가 없었다. 제대로 시장 테스트를 받아보고 고객의 후기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콘텐츠가 없었다. 즉, 기획 단계에서 멈춘 관광 프로그램, 시범 사업만 하고 끝나버린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지원금을 받아 화려하게 공간을 꾸미고, 상품을 개발하고 그다음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콘텐츠를 분석할 소비자 데이터가 없었다. 최근 데이터가 없었다. 강의에서 가장 많이 전달한 말은 '나만 또는 우리만 알고 있는 가치있는 관광 자원은 그저 자원일 뿐이다. 빨리 시장에 내놓고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 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였다.
이제 더 이상 특정 지역에 가야만 볼 수 있거나 경험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는 소수다. 결국 '강릉에 여행 가자'가 아닌 ' 서핑하러 가자. 강릉 또는 포항으로'인 것이다. 따라서 지역명이 가진 이미지가 중요해졌다. 지자체들이 커피도시, 힐링도시, 치유도시라는 브랜딩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있다. 지역관광 자원은 더 이상 개발하고 발굴하지 않아도 된다. 충분하다. 오천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은 모든 지역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충분히 콘텐츠 역량이 있다. 이야기가 없는 마을, 도시가 없다. 하지만 지역 관광콘텐츠들은 관광 정책이나 지역 내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사업 운영권으로 의해 개발되지 못하거나 상품화되지 못한다.
결국 지역의 변화는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지역의 정책이나 지역 사람들이 준비가 되었을 때 함께 일을 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로컬콘텐츠랩이 앞으로 한국 지역에서 해보고 싶은 일들과 함께하고 싶은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금껏 한두 군데 지역의 관광 콘텐츠만을 바라보고 관광자원화하는 일을 해왔는데 전국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역 관광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관광 자원과 정책, 그리고 지역 사람들, 소비자 트렌드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질 좋은, 사람이 중심이 된 관광 콘텐츠가 빛을 본다. 그리고 오래간다. 이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