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고 작은 효도에 대해서
나의 외할머니는 올해 구순이시다. 팔 남매를 낳아 키우셨고, 우리 엄마는 그중 셋째 딸이다. 그 셋째 딸은 올해 예순네 살이다.
외할머니는 열 집 정도 모여사는 작은 시골 동네에 홀로 살고 계신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사신지 십년이 지났다. 할머니가 혼자 사시기에는 시골집이 꽤 크다.
매일 밤 8시.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 통화 내용은 매일 비슷하다.
" 어머니, 식사하셨어?"
"뒷집 OO네도 왔어?"
(할머니 뒷집에 사시는 할머니도 혼자 사셔서 저녁에 함께 주무신다)
"뭐 드시고 싶은 거 없어?" 1분도 채 안 되는 통화다.
아주 가끔. 할머니가 드시고 싶다는 음식이 있다. 바로 통닭이다. 그러면 엄마는 할머니 읍내 통닭집에 전화하여 통닭 두마리 배달을 요청한다. 한마리 주문하면 시골에서 배달을 안해주려고 할테니 뒷집 옆집 할머니들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넉넉히 두세 마리 튀겨 배달해 달라고 한다.
며칠 전, 엄마는 이런 말을 했다.
'할머니가 전화를 안 받으면 불안해. 언젠가 전화를 못 받을 날이 올 거라고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
마음의 준비라...
엄마는 매우 두려워하는 듯했다. 언젠가 조만간 마주칠지 모르는 할머니의 죽음을. 스스로 그날을 대비해서 매일매일 마음의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가 매일밤 할머니에게 전화를 거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는 나도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통화시간이 단 10초일지라도.
엄마의 마음을 위해 매일 전화를 한다. 나는 무엇인가를 준비하려는 건 아니다. 엄마는 나에게 전화를 하고 싶지만 내가 바쁘고 귀찮아할까 봐 쉽사리 전화하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짧게라도 전화해서 엄마가 궁금해할 만한 아이들 소식을 이야기한다.
나는 엄마의 마음을 위해서 엄마에게 매일 전화를 한다.
삶이 고단하고 팍팍하다 느끼는 요즘이다. 부모와 보내는 시간은 결혼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사실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저 전화하여 서로를 응원하고 엄마의 삶의 귀를 기울여주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일이 아닐까.
미리 어버이날을 할머니와 보내기 위해서다.아흔 살의 엄마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쉽지 않겠지만 엄마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지금 할머니가 함께 숨쉬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이 시간을 즐기실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오월이 되면 항상 잡지 어디선가 본 글귀가 머릿 속을 맴돈다. "효도는 살아계실 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