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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메이커 Jul 02. 2023

언니를 하늘로 떠나보내며..

꽃을 좋아하고, 수줍은 미소가 참 예뻤던 점심 짝꿍 언니에게

나는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 나른한 주말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에는 잘 울리지 않는 카톡 소리.

전 직장 동료인 OO언니였다. 언니가 일요일 아침에 무슨 일일까?


'남편입니다. OO이가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

故 OO (40)


스팸메시지라고 생각했다.

세 달 전에 만나 을지로 맛집과 카페에서 근황을 묻고 다음을 기약했었다. 갑작스러운 부고 메시지에 손이 떨리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도무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어 언니의 SNS를 찾아 근황을 확인했지만, 언니는 SNS를 잘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눈에 띄는 댓글 하나를 확인하고 언니 남편의 SNS를 확인했다. 사실이었다.


언니는 우리를 만난 이후, 머리에 이상을 느끼고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며칠 전 어려운 수술을 받았고 수술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언니는 수술실에서 하늘로 떠났다. 6살짜리 아이를 남기고.


울렁거리는 마음을 참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다. 가는 길 내내 손이 떨렸다.


장례식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전광판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하는 언니의 죽음 앞에 마음이 저리고 아파왔다.



장례식장 지하에 마련된 빈소로 향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언니의 영정사진을 마주했다. 차마.. 나는 빈소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언니한테 마지막 인사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는 빈소 앞에서 언니를 바라봤다.

빈소를 찾은 사람들은 언니의 가족들을 위로하고 울고 식사를 했다. 내가 빈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앞에서 서있던 시간이 꽤 길었던 모양이다.


빈소를 지키던 언니의 고등학교 절친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오늘만 슬퍼해요. 너무 많이 슬퍼하면 OO이가 하늘나라고 편하게 갈 수 없을 거예요.'


언니와 나는 직무가 달랐지만, 우연히 옆 자리에 앉게 되어 점심을 같이 먹는 동료였다. 언니는 고등학교 절친인 고향 친구들의 사진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그 사진 속에 한 사람이었다. 반가웠다.

'저는 아직 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가 어려워요..'


나는 꾸준히 만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런 내가 꾸준히 연락을 하고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만나 맛있는 것을 먹고 근황을 나누던 몇 안 되는 진실한 인간관계였다. 연락을 이어오던 13년 동안 언니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고 복직을 했다. 우리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용기를 내어 빈소로 들어갔다.

언니 앞에 꽃을 올리고 절을 했다.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잘 가 언니'


빈소를 나와 털썩 주저앉아 소리 없이 엉엉 울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잡고 말을 건넸다.


'믿기지 않죠? 나도 그래요'

언니의 어머니였다.

'어머니.... 어떡해요..' 그날 처음 본 언니의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눈물이 이미 다 말라버린 어머니의 얼굴에서 눈물이 또 흘렀다.


'영화 속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일이 이렇게 일어나네요. 이렇게 슬퍼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정말로 고마워요'

그렇게 어머니와 나는 한 시간동안 울고 이야기를 하고 울고 이야기를 했다.



언니와의 마지막 티타임을 기억하며


올해 2월 말. 봄이 오기 전. 을지로에서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모임에 나오기 위해 아이를 시어머니에게 맡겼다고 했다. 맛집에서 대기하며 언니와 수다를 떨었고, 언니는 여전히 사진을 많이 찍었다.

'언니는 SNS도 안 하면서 왜 그렇게 사진을 열심히 찍어'

'그러게 말이야 호호호'


그리고 마지막 언니의 마지막 카톡



 

언니. 잘 가.

언니의 미소. 웃음소리 아직도 너무 선명한데... 이렇게 갑자기 이별하게 되어서 서운하다.

그렇게 예쁜 아들을 두고 어떻게 떠나려고 하는 거야. 언니를 닮아 순하고 착하고 야무진 아이일 거야. 언니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해. 꼭 행복해야 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꼭. 꼭. 잘 지내. 꼭

근데 나는 아직 많이 슬프다. 언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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