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지역축제에 대해서
이제는 사라질 만도 한데...라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지역 축제의 음식값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요즘 같이 지역 관광과 인구소멸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 시기에 지역 축제는 관광콘텐츠 측면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또한 지역 축제의 콘텐츠 확장성은 무궁무진하고 관광객이 돈을 쓸 수 있는 판을 벌일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자 기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 광장시장의 2인분 모둠전, 한국 대표 축제에서 판매한 4만 원짜리 바비큐, 그리고 강원도 겨울 축제장에서 2만 원짜리 순대에 대한 뉴스가 줄줄이 터지는 것을 보면서 일회성 콘텐츠가 지역 이미지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 생각되었다.
지역 축제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콘텐츠 즉, 특산물, 역사, 지역 기반 문화를 주제로 일 년에 한두 번 개최하는 지역 내 큰 잔치다. 축제를 통해 지자체는 지역민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고 단합의 장을 제공한다. 또한 외부에서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좋은 지역 마케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수익을 발생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진다면 성공적인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이 직접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마을 단위의 작은 1~2일 단위의 행사일 경우가 많다. 일반 관광객이 찾아 방문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작은 마을 축제를 참 좋아한다. 보통 관광객이 정보를 얻어 방문하는 지역 축제의 경우에는 지역 내 관광/문화 관련된 공공단체에서 예산을 편성하여 용역사를 통해 운영한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었기에 집 근처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축제장에서는 2~4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걸까. 만약 이 가격으로 팔아야만 한다면 관광객에게 이 가격이 타당함을 설득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산물로 만들었거나 지역 명인이 만들었다거나, 이 곳 말고는 이 음식을 경험할 수 없다던가, 그것이 아니라면 주변에서 음식을 먹을 곳이 없는 외딴섬정도여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스위스 정상에서 맛보는 신라면 컵라면이 만원으로 판다고 해도 사람들이 사먹고 싶고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고 싶어하는 상황말이다. 결국 축제장에서 판매하는 콘텐츠는 유일하고 희귀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보통 가격의 2배를 넘어가는 상황에 누구든지 의문을 품게 된다.
문제는 그런 축제는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는 특정 지역의 예시로 그 지역만의 문제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 축제장이나 관광지의 바가지요금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관광업계에서 일하고 있기에 혹시나 이를 문제 삼는 글을 적었다가 특정 지역의 문제를 확대 해석한다거나 오해를 사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오늘만 사는 행사>는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서히 퇴출될 것이다. 문제는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역 축제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축제를 통해 지역의 특징을 알려 지역 인지도를 높인다 (지역 이미지 형성) 2) 지역 내의 소비를 촉진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일으키고자 함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
바가지 요금의 시작은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축제 현장에는 공통적으로 이런 문제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변화시키는 건 축제 운영의 구조를 생각해봤을 때 쉽지 않을 수 있다.
먼저, 축제장의 상인 중 바가지요금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사람은 지역 상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몇 년 전 축제장이나 유명한 단풍축제 입구에 위치한 간이 음식 판매장서 비상식적인 가격을 보고 지역민에게 물어보니 상인이 지역민이 아닌 외부 사람이라 한다. 그럼 누구인가? 자리 판매상을 통해 축제 판매 권한을 구매한 사람이다. 자릿세 원가는 보통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인데 자리 판매상 (중개인)를 통해서 유명 축제장에서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올라 거래된다고 한다. 결국 부담스러운 입점비로 인해 음식값이 올라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관광객은 다양하고 깊이 있고 대체불가한 콘텐츠를 경험한 다음에야 지갑을 연다.
그리고 축제의 목적이 축제가 아닌 경우이다. 즉, 축제라고 하면 관광객들은 지역의 특화된 먹거리 또는 문화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순간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데 방문해 보니 축제장이 판매장으로 둔갑하면서부터 실망을 하게 된다. 축제는 결국 유형이든 무형이든 지역에서 얻는 것이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관광객은 다양하고 깊이 있고 대체불가한 콘텐츠를 경험한 다음에야 지갑을 연다. 즉, 축제의 분위기가 판매장으로 보이면 안 된다. 결국 그것의 본질이 판매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진. 뉴스 사진 캡처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민을 위한 축제가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하다. 결국 지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축제가 관광객에게 지역 이미지를 전달하고 기억할만한 순간을 제공한다. 지역민들이 직접 기획하여 운영하는 축제에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면 좋겠지만 관광객을 유입하기에는 홍보, 마케팅 및 현장 운영이 부족할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을 붙여 기능적으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즉, 지역 축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특성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이고 이 콘텐츠를 확장하여 상품성을 높이는 것은 외부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는 용역사의 결단력과 판단력이다. 결국 콘텐츠고 사람이다.
국내 여행시장이 변화하고 MZ 세대가 주요 여행객이 되면서 새로운 여행지, 새로운 여행콘텐츠가 많이 발굴되었다. 자연스럽게 많은 소도시와 마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개되었다. 기분 좋은 변화다. 지역 관광, 로컬 여행이라는 용어는 관광업계에서도 최근 몇 년간 지역 소멸, 인구 감소 문제와 함께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여행할 수 있도록 하려면 축제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진다. 그곳으로 여행 갈 목적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미 귀촌 청년들이 자리 잡은 군 단위에서는 청년들이 직접 운영, 기획을 맡아 콘텐츠 특화 축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그런 축제들이 지속가능한 지역 콘텐츠와 발전적인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이어진다.
작지만 강한 축제, 하루만 열지만 내년에 또 가고 싶은 축제.
매달 가고 싶은 지역 축제가 있어 집을 떠나는 로컬여행을 기대해 본다.
글 / 로컬콘텐츠랩 박소현 @sohyun.travel.h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