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길은 어떻게 변화해 갈까....
내가 이대 상권 골목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10년 동안 이대 주위에서 거주하며 코로나가 이대 상권을 변화시킨 모습을 지켜봤다.
나는 임신 중에 이 지역상권에 직접 들어가 장사를 해보기도 했다.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대 앞에서 장사하는 사람들과 이대 주변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건물주와 관계를 맺으면서 이곳의 상황을 직접 피부로 겪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17년부터 골목 여행길을 기획하여 외국인들에게 이대 골목길을 소개하면서부터는 매주 이 지역의 변화를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이대 상권은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했다.
관광객과 대학생에게 의지하는 대표적인 상권이었는데 코로나 악재까지 겹쳤다. 2만 명의 학생이 다니는 이화여대는 1학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즉, 상권을 지키는 사람들은 2학기가 시작하는 9월까지 버텨야 한다.
이대역부터 신촌기차역 사이의 이대 핵심 상권은 그야말로 점포 임대....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화여대 바로 옆 이화52번가 골목은 가장 심각해서 하나 건너 한 곳이 점포 임대라고 해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그냥 걸었다.
팀원과 함께 이대 상권을 걷다가 마주친 큐레이팅 독립 서점.
생활의지혜. 5월까지만 영업합니다.
이날 이화52번가 골목에 문을 연 유일한 책방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들어간 곳.
책방 주인장은 우리에게 ' 다음 달까지만 운영하려고요'라는 말을 건넸다.
네??....
조심스럽게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이 공간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다음 달에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 이 곳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공간 곳곳에서 그녀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책 아래에는 그녀가 쓴 쪽지들이 손짓하는 듯했다.
' 나는 이런 책이에요. 이런 취향에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의 당신이라면 나를 읽어줘요!'라고...
팀원과 나는 각각 다음 달이면 사라질 생활의지혜에서 책 한 권을 구입했다.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책.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사랑해본 적 있나요"
그녀가 만든 책갈피가 책과 함께 종이봉투에 담겨 있었다.
혹시나 이대 주변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생활에지혜 서점에 방문해보는 걸 어떨까.
책 한 권을 구입하며 잠시나마 그녀와 즐거운 담소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
나는 팀원과 함께 오지랖을 좀 떨어보려고 한다. 이 작은 이화여대길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이 길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이 길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이 길에서 시작을 하려는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할 것이고, 이 길과 헤어지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점들을 연결시켜 볼까 한다. 물론 잘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이 마무리되는 그 어딘가에서는 작은 희망 또는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PS. 생활의지혜 대표님. 제가 명함을 드리지 못하고 왔네요. 곧 이메일로 연락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