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장애물을 마주치는 여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하며
" 집 앞에 관광 상품을 만들어서 외국인을 만나면 어때?"
출산 후 우울해하고 있던 나에게 남편이 던진 말이었다.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세상과의 소통에 목말라있던 나에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렇게 취미로 시작했던 체험호스트의 일상이 1년 넘게 이어졌다. 네덜란드,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중국, 일본, 베트남,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한국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났다. 나만이 아는 공간. 관광객들이 혼자서는 찾을 수 없는 공간을 소개했다.
나는 어느 순간 워킹맘이 되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집 앞에 찾아온 낯선 사람과 소통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나에 대한 좋은 후기가 쌓여갔다.
"네가 해 온 체험호스트 활동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보자" 또 한 번 남편이 제안했다. 그때 마침 예정에 없었던 창업 공모전에 지원하게 되었고 선정되었다. 관광벤처가 되었다. 내가 사업자를 내고 창업을 하게 된 것이다. (떠밀려서 창업을 하게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강의와 강연을 시작했다. 주말마다 부업을 원하는 회사원들과 대학생들에게 속성 강의를 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자신감이 붙었다. 나는 탄력을 받아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6주 간의 걸친 심화 강의를 진행했다. 15명의 여성이 수료했다. 수도권 밖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안동, 홍천 등지를 다니며 관광사업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이 모든 일이 4개월 만에 진행된 일이었다.
잠시 돌아보니 나 자신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첫 강연에서 마이크를 부여잡고 벌벌 떨며 대본과 모니터를 번갈아 보던 나는 이제 대본도 없이 3시간을 강의할 수 있게 되었다.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허무함과 무료함으로 하루를 보내던 나였다. 이제는 조금은 스트레스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나라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특히 사람들이 날 알아봐 주는지, 나의 어떤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리고 여성에 대해 생각했다. 그 여성은 워킹맘일 수도, 전업 육아맘일 수도 있고, 중년 여성일 수도 있다.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집에 머물고 있는 보석 같은 그녀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랬듯이 그녀들은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
어떻게 그녀들을 도울 수 있지? 나는 성공한 여성이 아니다. 조언도, 충고도 하고 싶지 않다. 나 또한 아직도 막막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 단지 무엇인가 시작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머릿속에 그려본 계획이 있다면 '해도 괜찮다고, 시작해도 괜찮다고' 말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과 나눈 이야기와 그것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혹시 알까?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실마리를 얻어 행동할 수 있다면 나의 목표의 반은 이룬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