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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메이커 May 10. 2020

나의 인생의 첫 강연회

여자가 여자에게.

2019년. 가을.

경력단절 여성들을 대상으로 작은 강연회가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연사로 서게 되었다. 당시 여성을 위한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여성 대표가 나에게 첫 강연의 기회를 주었다. 여자가 여자에게.


내가 강연이라니....

내가 누군가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게 되다니.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

 

나와 함께 강연을 하게 될 다른 연사 분들은 강연 자리 경험도 많으시고, 50대의 관록과 전문 지식을 갖춘 분들이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려고 노력했다. 여자가 여자에게.


'소현 씨, 이 강연회에 오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자기 이야기일 거야. 걱정 마'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강연회에 참가한 그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강연 일주일 전까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결국 덤덤하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기로 하고 원고를 써 내려갔다. 지금까지 내가 겪어왔던 이야기를, 여성으로서 경험하고 도전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했다.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약 10년 동안의 고군분투해 온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조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첫 강연.


인생 첫 강연의 제목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면 기회가 온다'

•부제목 : 계속 성장하는 엄마로 살아가기


오전 11시.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참석한 엄마도 있었고, 친구와 함께 온 나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 엄마도 있었고, 중고등학생 아이를 두었을 것 같은 엄마도 있었으며 친정 엄마뻘로 보이는 어머님도 오셨다. 내 예상과 달리 다양한 세대의 여자들이 참석했다. 놀랐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강연의 참석자가 30-40대 일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랐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강연 시간 동안 내가 겪어왔던 단절의 시간. 그 단절 이후의 삶. 극복. 지금 현재 얻은 소중한 기회들에 대해 이야기하듯이 전달했다. 내가 좋아하는 해외 워킹맘 드라마와 연예인 덕후 인증까지 하며 '우리,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봐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썼다. 다행히 강의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이 많았던 것을 보면! 여자가 여자에게


 나는 강의 직후부터 긴장이 풀려서 멍하니 무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아래 질문들을 받기 전까지는.


기억에 남는 질문 1

저는 결혼 전입니다. 주위에서 경력단절을 많이 봐서요. 저는 대비하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회사원인 그녀는 20대 후반으로 결혼 후에 올 경력단절에 대해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막을 수 있냐고 물었다.


‘경력단절을 대비한다고? 나는 왜 저런 생각을 그때 하지 못했지? ‘ 나는 잠시 멍해졌다. 나는 생각이 필요했고 다른 연사가 먼저 대답할 수 있도록 마이크를 넘겼다.


 나와 함께 강연을 했던 연사들은 이 말을 했다.

 " 좋은 남자와 결혼해라. 아이 계획을 잘 세워라."

정답이다.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조언이다. 결국 이 두 가지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여자의 경력은 상황 또는 운에 맡겨야 하는 것이 된다.


 나는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기회비용을 잘 생각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대답해주었다. 여자가 결혼과 양육을 하게 되면 경력의 단절까지는 아니더라도 경력의 변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

 예를 들어, 임신과 출산이 회사 생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구체적으로 예상하고 대비해보라고 했다. 아이를 낳으면 누가 아이를 양육할 것인지, 양육자를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임신 중일 때부터 믿을만한 보모를 찾기 시작하라는 것. 엄마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면, 경력단절의 기간과 그 충격도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질문 2

저는 첫 번째 경력단절 후에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요. 곧 다시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두 번째 경력단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녀는 초등학생 자녀를 가진 40대 후반쯤으로 보였다. 30대 중반인 내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설득력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50대 초반인 다른 연사에게 대답을 부탁했다. 그리고 나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고 생각에 잠겼다.


두 번째 경력단절...? 그리고 세 번째 경력단절..... 그녀의 두려움은 어떤 것일까. 내가 겪은 경력단절은 고립, 외로움이었다. 나이를 더 먹고 또 한 번 그 경험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두 번째 단절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순간 가슴을 누가 퍽 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예상하고 있는 두 번째 단절은 첫 번째의 그것보다 더 두려울 것은 당연했다.


 진심으로 바랐다. 첫 번째 단절을 겪고 다시 사회에 나온 그녀가 더 단단해졌기를.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경력단절은 그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 다시 튀어 오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고.




 나는 이 날부터 이 질문들을 머릿속에 항상 저장하고 있다.

 나의 고민이자 모든 여자들의 고민. 이 질문에 대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여자가 여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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