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슬리피판다

호텔 폐업을 일주일 앞두고

by 트래블메이커

결국 우리는 그만두기로 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고 하기에는 피해가 너무 컸고, 이렇게 버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사스도 메르스도 거쳐왔지만 이번 코로나19 이슈는 세상이 바뀌고 있었다.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누군가의 여행의 따뜻한 쉼터가 되어주었다고 생각했다. 진정성있게 사업해 왔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이슈로 서울이 텅 비었고, 외국인들은 한국 입국이 되지 않았다.

국내 관광객이라도 받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또 낮춰가며 한 명, 두 명 받아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최근 두 달동안 200만원 남짓한 돈을 벌었다. 700만원의 임대료는 몇 개월치가 밀렸다.

벌어들인 200만원의 돈도 전기세, 물세,세탁비를 내는 데에 쓰였다.



지난 5년 동안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그만큼 추억도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영업을 지속하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20개 객실이 꽉찰 만큼 잘 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 때에도 돈을 벌면 임대료와 세금을 내기에 빡빡했던 것 같다. 조금 있으면 돈이 모일 거야.. 돈이 모일 거야...그렇게 버텼다. 순수익금이 남는 달에는 그 전에 손해를 막고, 밀린 세금을 냈다. 돈이 쌓이지 않았다. 통장에 백만원 단위, 천만원 단위의 돈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수없이 반복했지만 돈이 고이지 않았다. 내 월급 따위..없었다.



이렇게 내 이름을 걸고 시작했던 호텔사업은

권리금도 날리고, 밀린 월세는 보증금에서 깎인 채....그렇게 폐업으로 끝내려 한다.


안다. 분명히 이것도 내 인생을 크게 보았을 때는 큰 경험이라는 걸.

당장 아쉬운 걸 어쩌란 말인가...

솔직히 괜찮지 않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 뿐이다.

당분간 이 골목을 다시 가고 싶지 않다.

속상하다.



잘가라. 슬리피판다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