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는 나의 마음을 시험하는 사치스러운 과일이다.
아이들에게 딸기란 한없이 먹을 수 있는 환상의 디저트. 앙증맞은 크기에 달콤한 맛을 거부할 수 없겠지.
언제부터였는지 딸기 가격이 너무 올랐다. 딸기 판매가 시작되는 1월이 되면 아이들과 마트에 가기가 겁이 난다. 딸기 선물이 들어오거나 케이크를 사야 하는 날이면 아이들은 서로 딸기를 먹겠다고 난리다. 천혜향이나 다른 비싼 과일이 들어와도 딸기가 최고의 과일이다. 자기 그릇에 4분의 1일로 자른 딸기를 비교해가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언니는 큰 딸기니까 나는 작은 딸기로 두 개 먹을 거야.'
'엄마 딸기 또 줘.'
나와 남편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음이 나올 뿐이다. 가끔 딸기가 남아 남편에게 담아주면 '됐어. 애들 줘. 내가 먹어서 뭐해' 라며 딸기 포기를 한다.
그래. 그깟 딸기 좋아하니 마트에 갈 때마다 사줘! 그래! 애들이 좋아하는데 과자보다는 낫잖아. 하지만 막상 딸기팩이 높게 쌓인 과일 코너에 접어들면 딸기팩을 집었다가 놓았다가를 몇 번씩 반복한다.
1월의 딸기는 1kg 약 25000원. 요즘에는 크기도 주먹만 한 딸기, 명품 딸기도 생산되며 몸값이 3,4만 원씩 한다. 킹스베리 아리향 금설 설향 핑크딸기.. 등등. 일본에서는 딸기를 한알씩 판다지? 그런 딸기는 정말 어떤 맛일까? 원래 맛있는 딸기인데 저렇게 비싼 딸기는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걸까?
어느 날, 친정 아빠 고향이 딸기의 고장 논산이라서 딸기 철에 논산에 가신 날에는 킹스베리를 사 오신다. 그러면 그날은 온 가족이 딸기 파티를 한다. 하루에 다 먹지도 못하고 며칠에 나눠서 딸기 포식을 했다.
마트에 가서 딸기를 보면 왜 내 마음을 시험받는 거 같은 느낌이 들까? 아이들이 딸기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떠올라서일까? 아이들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아무리 비싸도 사줘야지라는 마음이 들다가도 냉정하게 마음을 먹고, 2월에 많이 사줄게. 기다려. 라며 아이들의 딸기 떼를 잠재운다.
2월 말에 딸기는 1kg 10,000원에서 12,000원 정도. 아이들이 내 맘을 아는지 딸기를 사준 다음 날에는 마트에 가서도 '어제 딸기를 먹었으니까 오늘은 안 먹어도 돼'라고 말을 한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2월 말이나 3월이 되면 딸기 가격은 더 많이 떨어진다. 그러면 아이들과 딸기 사탕도 만들어 먹는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케이크용 카스텔라를 사서 생크림을 바른 뒤, 딸기 한팩을 그냥 다 올려버린다. 케이크를 만들면서 아이는 이미 딸기 한통의 반은 먹어버렸다.
딸기 앞에 세상 다 가진 아이의 웃음에 나도 절로 웃음이 난다.
아가, 행복이 매일이면 행복의 크기가 줄어들 수 있으니 딸기도 매일이 아닌 가끔으로 하자.
(엄마의 궤변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