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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피티 Feb 27. 2020

내 마음속 제2의 고향, 캐나다

캐나다 생활 추억하기 및 장단점 회상하기

“내 마음속 제2의 고향, 캐나다”라고 쓰인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나는 캐나다에 대해 아주 특별한 추억이 있다. 십여 년 전,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유학을 했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서 처음으로 하게 된 해외생활이자 유학의 시작이었기 때문일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캐나다는 내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친절하고 내가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성장의 기회를 준 나라로 기억되고 있다.


설레임과 기대감을 안고 떠난 캐나다행 비행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처음 도착한 날은 비행기 연착이 있었다. 홈스테이 집까지 태워다 주신 드라이버 아저씨는 새벽 3 시정도에 나를 내려주셨는데 내 잘못이 아님에도 첫 만남에 늦게 도착해 잠자는 호스트 가족들을 깨워야 한 게 너무 미안했다. 속마음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걱정과 다르게 나의 첫 홈스테이 맘 안젤라는 분홍색 잠옷을 입고 “Welcome, Sophia” 라며 웃으며 날 안아주었다. 배고프지 않냐며 미트볼, 브로콜리, 밥을 챙겨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그날 늦은 저녁이 아마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던 밥 중 하나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학수고대하던 학교 첫날, 나는 당시 영어도 잘 못했고 이역만리 떨어진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친구도 있을 리가 없었다. 머리로는 “내가 친구 하나 못 사귈 리 없지. 누구든 사귀겠지”라고 했지만, 또 결론적으로 아직도 연락하는 소중한 친구들도 있지만, 당시에는 내심 많이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근데 너무 고맙게도 줄리애나랑 더스틴이라는 애가 나한테 오더니 “Where are you from?”  하면서 말을 걸어주는 게 아닌가.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되었고 함께한 재밌는 추억을 남겼다. 소셜 미디아의 순기능 덕분에 요즘도 연락을 종종 하며 지낸다.


이 외에도 매리네 별장에 놀러 가서 근처 호수에서 같이 카약 하며 놀았던 것, 그 날 매리가 사실 제프를 좋아한다는 비밀을 알려줘서 깜짝 놀랐던 것, 캐나다 원더랜드에 놀러 간 것, 학교 뮤직밴드에서 플루트를 연주했었는데  단체 대회에서 상 받은 것, 인생 첫 댄스파티, 첫 프롬(prom) 과 그 때 처음 입어 본 빨강색 드레스, 첫 미드텀 리포트에 Mrs. Vann Nest가 남겨준 코멘트 “Sophia is exceptional” , 메건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던 것, 메건의 엄마가 나의 ‘McDonalds’ 발음을 못 알아듣다가 발음 교정해준 것,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친구들이랑 칵테일 시켰는데 하필 우리 호스트 언니 남자 친구가 거기서 일해서 마주치고 술 마신 거 이를까 봐 맘 졸이던 일, 호스트 아빠와 저녁식사 후 함께 했던 강아지 산책과 그때 배운 단어들, 호스트 아빠랑 함께 집에서 만들었던 피자, 호스트 엄마의 시그니처 메뉴인 당근케이크를 먹으며 소파에서 가족들과 함께 봤던 영화, 잉글리시 수업 때 읽어야 했던 소설을 이해 못하고 어려워하니까 호스트 아빠가 비디오를 빌려와서 같이 보면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던 것, 조애나 집에서 한 슬립오버와 그날 조애나 엄마가 해주신 JMT 라자냐 등등, 소소하지만 나의 고등학교 생활을 알차고 특별하게 만들었다. 십여 년이 흘러도 이따금씩 생각나고 그럴 때마다 그러한 추억이 있다는 사실에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다

집 근처를 한가로이 걸었다. 아직도 그때 바람결, 내가 입은 옷과 둘렀던 스카프가 생각난다.


도착해서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였던 것 같다. 미사 끝나고 호스트 엄마 아빠랑 본 대학교 농구게임

캐나다에서 있었던 작고 큰 일들을 모두 본 글에  적기엔 역부족이다.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 사진과 함께 기록을 해 둔다면 영영 까먹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때 나의 마음가짐, 감정, 분위기, 고마운 사람들과 내게 영향을 준 사람들 등 을 두서없이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적어내려 보았다. 그리고 덧붙여서 순전히 내 기준 캐나다 생활의 장점과 단점을 되돌아볼 것이다.

첫 홈스테이집에서 호스트맘의 라이드를 기다리며.


캐나다 생활의 장점


1. 아름다운 대자연

땅덩어리가 넓어서일까. 북적북적함은 온데간데없고 쾌적하고 산과 나무가 주는 자연의 절경이 예술이다. 하이웨이 401을 타고 달릴 때면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을 볼 수 있는데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특히 토론토에서 몇 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이아가라 폭포는 세계 3대 폭포에 속할 만큼 아름다운데 몇 번을 가봤음에도 다시 보면 또 새롭고 또 보고 싶은 매력이 있다. 이 외에도 킹스턴에 위치한 싸우전드 아일랜드, 오타와의 단풍, 토론토 아일랜드, 서부에 위치한 밴쿠버의 스탠리 파크, 잉글리시 베이 등등 자연이 주는 새로움과 즐거움을 항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 친절한 사람들과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

캐나다에 살면서 인종차별을 심각하게 느껴본 적은 없었다.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순하고 착하며 남을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늘 도움을 받았고 그 덕분인지 어려움 없는 생활을 했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 캐나다인들이다. 선진문화라는 게 무엇인지 느끼고 싶다면 캐나다에서 살아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이건 미국 살 때도 그랬지만, 공공장소에서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는 것, 누군가가 나를 위해 문을 잡아주었다면 “Thank you”라고 꼭 인사를 하는 것, 운전자는 늘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행위 등등 배려받고 있음에 감사했고 또 그 배려를 통해 나도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동시에 배웠다.


3. 교육

우리나라처럼 대학을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이나 꼭 탑 3위 안에 드는 대학에 입학해야 ‘성공한 인생’이라는 압박감이 없는 교육환경이다. 이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에겐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압박을 주지 않아도 충분히 자의에 의해 공부를 했으며 성적 또한 우수했다. 캐나다 교육에는 ‘학원’이라는 개념이 없는데 그도 그럴 것이 공교육에 몸담고 있는 학교 선생님들이 열성을 다해 가르치고 부족한 학생들은 방과 후에 남아서 따로 지도해주신다. 학창 시절 나는 수학이 약한 학생이었는데 캐나다에서 9학년 수학 선생님이었던 Mrs. Mayhew는 방과 후에 다시 와서 같이 모르는 문제를 풀어보자고 하셨다. 10학년 영어 수업에선 Mr. Forster가 외국인인 나를 배려해서 과제 제출 전에 나의 에세이를 한번 더 검토해서 잘못 쓰인 문법이나 표현들을 고처주셨다. 이토록 교직에 있는 선생님들이 학생을 배려하고 선생으로서 의무를 다 해서 그런지 사교육의 필요성을 못 느꼈고 문제없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캐나다 생활의 단점


1. 날씨

캐나다의 겨울은 무척 길고 춥다. 어느 주에 사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매우 춥고 눈이 자주 내린다. 내가 그곳에 살 때엔 10 월 초부터 눈이 내리더니 4월까지도 멈추지 않은 적이 있었다. 우리 호스트 아빠가 어느 날 “It’s nice weather today”이라고 하길래 드디어 영상 기온이 되었나 했는데 -15도였다. 날씨에 있어서 그들의 기준과 한국인들의 기준은 매우 다름에 틀림없다. 춥고 해가 짧은 겨울이 길어서 인지 캐나다인들은 여름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여름에 태닝을 하고 수상활동을 즐기는 등 야외활동을 많이 한다. 나는 추운 겨울을 그토록 싫어하지 않아 큰 단점으로 와 닿지 않았지만 추운 날씨를 싫어하거나 여름 날씨에 익숙한 사람들은 캐나다 생활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시청 앞에서 친구들이랑 아이스 스케이팅. 너무너무 추웠는데 하하호호 너무도 즐거웠지

2. 높은 세금

나는 당시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아서 일을 하고 내는 Income tax를 내본 적이 없다. 때문에 해당 세금이 얼마나 높은진 모르지만 물건을 살 때 지불하는 sales tax는 매일 소비할 때마다 냈기 때문에 꽤나 높은 세금을 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또한 주마다 다르지만 내가 살았던 온타리오의 sales tax는 13%로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캐나다인들은 상대적으로 세금이 저렴한 미국으로 쇼핑을 많이 가고 나도 호스트 가족들과 미국으로 쇼핑을 하러 데이트립을 떠나곤 했었다. 높은 세금 때문에 내가 물건을 집었을 때 본 가격과 계산대에서 실제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다소 차이가 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팔자 상팔자


바쁜 일상 속에서 오늘은 내 마음속의 캐나다 추억 파일을 펼쳐보았다. 지나버린 세월이 무색하고 십여년이나 지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예전 사진이라 그런지 화질이 좋지 않고 그 당시 사진에 목숨거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구도 또한 엉망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사진들에 더 정감이 간다. 이 또한 그 때의 나를 보여주는 ‘추억’이라고 생각된다.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지금도 좋은데 저 때는 더 좋아 보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장점만 존재하는 것도 없고 단점만 존재할 수도 없다는 걸 캐나다에 살면서 배웠다. 방학중에 한국에 있으면 캐나다에 가고 싶고 캐나다로 돌아오면  한국이 그리워지듯 인간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때론 현실에서 내가 이미 가지고 누리고 있는 것들에 감사할 때 비로소 나는 행복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quote인 “ Count your blessings” 그리고 Joseph Campbell의 “ All the gods, all the heavens, all the hells, are within you”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오늘은 이만 꿈나라로 가야겠다.


아직 오후 4시가 채 되지않았는데 벌써 어둑어둑해진 해 짧은 캐나다의 겨울. 긴 겨울 때문인지 캐나다인들은 여름을 참 좋아한다.


내가 좋아했던 홈스테이 강아지 #1 홀리
내가 좋아했던 홈스테이 강아지 #2 몰리


개인적으로 나는 안좋아 했지만 호스트아빠가 특별히 좋아하던 고양이 ‘스니커즈’
중국인 언니 수잔이랑 갔던 일식집. 나의 스시사랑은 저때도 대단했구나. 시킨 양 다른것 좀 봐...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했던 포트 헨리


허드슨 강을 바라보며 산책
8월의 어느날 참 여유로웠지
항상 정감이 오가고 여러 주제에 대해 얘기했던 공간
십년이 지나도 익숙한 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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