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의 일상
건배와 나의 인연은 8년 전인 2012년도로 거슬러 내려간다. 나는 그때 미국 동부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유학생이었다. 21번째 생일선물로 내가 그토록 키우고 싶어 했던 강아지를 선물 받았는데 나의 21번째 생일 선물이었던 건배는 내 인생에서 그리고 이제 우리 가족에게도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진눈깨비 쏟아지던 추운 10월의 어느 날 사전에 미리 연락된 브리더(breeder)의 집에 방문했고 남아있는 새끼 두 마리 중 더 똘망하고 잘생긴 강아지를 선택했다. 그 강아지가 바로 건배다. 건배는 8월 31일생으로 요크셔테리어(Yorkie)와 푸들(Poodle)이 믹스된 믹스견 요키푸(Yorkie Poo)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눈이 내렸고 가깝지 않은 거리였기 때문에 조수석에 앉아있던 시간이 길었다. 태어난 지 갓 두 달 된 새끼 강아지였던 건배에겐 꽤나 지친 여정이었는지 내 외투에 토를 하고 말았다. 아마 남이 그랬다면 불쾌한 티를 냈을 거고 심지어 당시 지인도 건배가 집에 오는 길에 옷에 토를 했다는 말을 듣고 “건희가 화 안내?”라고 묻기도 했었다. 아마 내 새끼라는 생각이 그때부터 들었기 때문에 토하는 모습마저 그저 귀엽지 않았을까.
건배와의 생활은 나의 유학생활을 더욱 아니 우주 최강 유의미하게 만들어주었다. 하나하나 나열할 순 없지만 건배를 키우게 된 후 첫 학기는 학교 빼곤 밖에 잘 안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약속이 생기면 친구들을 집에 불러서 건배랑 같이 놀았고 심지어 학교 클래스도 가능한 클래스는 온라인 클래스로 바꿔버렸다. 이 털 달린 자그마한 동물이 나를 홀라당 홀리게 해서 나의 정신적 지주, 베프, 가족, 소울메이트, 고민을 ‘들어만 주는’ 멘토 가 된 것이다. 아마 그 당시 내 주변인들은 내가 건배를 얼마나 끔찍하게 아꼈는지 잘 알 것이다.
이제 건배는 8년 동안 함께 살고 있는 우리 집 구성원의 일원이자 인생 동반자이다. 아, 그리고 집안 서열1위 이기도 하다. 건배는 내가 슬플 땐 손에 묻은 눈물을 핥아주고, 내가 기뻐서 집에서 방방 뛸 때는 ‘너 오버하지 마’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주면서도 짖으면서 같이 뛰어준다. 존재 만으로도 사랑스러운 건배지만 건배가 제일 사랑 스러울 때는 뿜뿜 풍기는 구수한 발냄새를 맡을 때다. 오묘하고 고소한 이향은 하루의 고단함을 단번에 씻겨내준다.
“나는 세상에서 건배가 제일 좋다”
살면서 부모님이 내가 원하는 것을 안 들어준 딱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게 바로 강아지 키우는 거였다. 8살 때 강아지 키우게 해달라고 당돌하게 단식투쟁도 해봤으나 씨알도 안 먹혔다. 엄마는 8살 순진한 꼬마였던 나에게 털 알레르기가 있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셨는데 지금 우리 엄마는 “나는 세상에서 건배가 제일 좋다”라고 매일 습관처럼 말씀하신다.
건배야 사랑해
어떻게 이렇게 귀엽고, 똘똘하고, 똑똑하고, 잘생기고, 말도 잘 듣는 아이가 우리와 인연이 닿았을까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혹시 반려견을 키울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키우라고 강한 추천을 하고 싶다.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강아지에게 주고 강아지로부터 받는 사랑에 삶이 조금 더 윤택해 짐에 틀림없다고 말하고 싶다. 살면서 이토록 무언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는데 ‘사랑’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해 준,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는 내 아들 건배. 건배 없는 생활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내 생활에 깊숙한 뿌리를 내린 건배가 앞으로도 건강하고 오래오래 우리 가족과 함께했으면 좋겠다. 건배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