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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피티 Mar 05. 2020

고대 문명을 느낄 수 있는 도시, 로마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지난 글에 썼던 로마 다빈치 공항으로 향한 퍼스트 클래스 탑승기를 쓰며 다시 한번 이태리 여행 추억에 빠저 보기로 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초저녁 정도 되는 밤이었다. 짐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찾은 후 공항버스를 타고 호텔 근처인 로마 떼르미니 (Termini) 역으로 향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남녀노소 훈훈한 외모를 소유하고 패션센스 또한 훌륭하다는 말은 많이 들어서 익히 알고 았었지만 실제로 경험하니 또 다른 세상 같았다. 세상에나! 버스를 올라타는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버스기사는 조각상을 닮은 모델 같았다. 이 나라는 모델을 버스기사님으로 쓰나? 생각이 순간 스쳤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문화충격을 나는 이렇게 로마 땅을 밟은 지 한 시간도 채 안 된 순간 느꼈다. 이 문화충격은 시작에 불과했지만 당시엔 시작에 불과한 지 알 수 없었다.


버스 안에서 어떤 50대 한국인 부부가 대화를 거셔서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그들은 결혼 30주년을 맞아 신혼여행으로 왔던 국가를 포함해서 한 달 동안 가이드 없는 두 분 만의 여행을 하신다고 하셨다. 그 나이대에 가이드 없는 한 달 동안의 여행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참 뜻깊은 여행으로 보였다. 내 로마 여행이 아름다웠듯 십분 내지 대화를 나누었던 로맨틱한 그분들의 여행도 아름다웠길 바란다.


도시 전체가 유적지인 도시,로마

로마여행의 핵심만 적고자 한다. 숙소가 떼르미니에서 도보로 걸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하여 이동이 참 편리했다. 떼르미니 역은 사실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의 요지이고 가장 번화한 곳 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떼르미니 역에 숙소를 잡는다. 많은 대중교통 노선들이 떼르미니 역을 지나가니 시간도 세이브되고 관광지를 돌아다니기에  위치가 아주 최적화되었기 때문이다.


나보나광장

로마에 머무는 4박 5일 동안 나는 매일 떼르미니 역을 지나다녔음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행 내내 본인의 신변을 주도면밀하게 살피고 너무 늦은 시간에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다니는 것이 아니면, 그곳 또한 사람 사는 동네이기 때문에 겁먹을 필요 없다. 세계 치안 1위 국가에 가서도 허술하게 하고 다니면 언제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로마 숙소를 고민 중이라면 슈퍼, 지하철, 버스정류장, 유명 관광지 등을 웬만하면 도보로 갈 수 있는 떼르미니 역을 추천하는 바이다.


첫 날 해가 저물어 간다. 시간아 가지마

바야흐로 로마 첫날, 비행기에서 너무 편안하게 잔 덕분인지 정작 현지에서는 한숨도 잠을 못 자고 아침 9시에 밖으로 나섰다. 콜로세움, 판테온, 트레비 분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포폴로 광장, 캄피돌리오 광장, 포로 로마노, 나보나 광장, 베네치아 광장, 진실의 입 등등 언급된 곳 이외의 대부분의 관광지도 둘러보았다.


로마에서는 로마패스라는 것을 구입하면 모든 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제휴 관광지 두 개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48시간 패스를 20유로대에 구매해서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를 무료로 관람했다. 로마의 일정이 여유롭다면 패스 구매는 필수!

사람99 트레비분수1 그래도 좋아


내 이태리 여행의 날씨는 11월 말이었는데 니트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너무 더워서 외투를 벗고 다녔다.  아침엔 조금 쌀쌀하고 우중충한듯 하더니 점심쯤 되니 해가 쨍하고 꽤나 더웠다. 반팔에 반바지 입는 외국인들도 적지않게 보였다. 역시 그들의 옷차림은 날씨를 판단하기에 큰 판단미스를 준다. 결론적으로 니트 한 장만 입고 가볍게 돌아다니기 좋은 햇살 따스한 11월이었다.


돌아보니 겨울 유럽여행을 한 해의 11월엔 이미 여행 중 이던지 아님 12 월 여행을 준비하며 온갖 예약을 하며 설레는 달이었다. 잊고 살았는데 우연한 기회로 11월은 내게 기쁨조 같은 달이었음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콜로세움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멋있었다. 야경이 특히 더 멋있다


첫날 이후에, 남은 로마에서의 시간 동안 특히 인상 깊었던 곳들은 한번 이상 더 방문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교과서 단골 고대 유적 ‘트레비 분수’와

‘판테온’이었다. 트레비 분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 한 장 찍으려면 줄 서서 웨이팅을 해야 하고 인생 샷을 찍고 싶어서 열 번 이상 셔터를 누르면 주변인들의 따가운 시선도 감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멋진 관광명소였다. 나는 에메랄드 색상을 좋아한다. 은은한 에메랄드빛을 띄는 물과 흰색 조각의 조화가 예뻤다. 식상한 관습이지만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지는 거 또한 잊지 말자!


트레비 분수 바로 앞에 젤라토 집이 있는데 그곳 젤라토를 먹으며 분수에 살짝 걸터앉아 사람 구경과 동네 구경을 하던 그때는 정말 좋았다. 노인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나는 젊은 시절 참 좋은 추억이 많아 노년이 행복하려나 싶다.

웅장하고 화려한 길 한복판의 베네치아광장. 러뷰


‘판테온’은 말로만 많이 들어 본, 익숙하지 않은 유적지인데 솔직히 다리가 너무 아파서 앉아있으려고 들어간 곳이었다. 그런데 로마에서 제일 웅장했고 하늘에 뻥 뚫린 원형 오쿨루스(Oculus)를 하염없이 바라보니 인간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에 건축 기술로 세기를 넘나드는 이러한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고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판테온 돔은 현존하는 로마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되고 보존이 잘 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정말로 로마 건축의 ‘신의 한수’ 다. 얼마나 과학적으로 지어졌을까. 다리가 아파서 근처에 보이고 입장줄 안 서는 큰 건물에 들어간 게 판테온이었는데 너무나 영롱한 판테온의 자태에 놀라 두 시간을 구경하고 나왔다.


이탈리에 왔으니 식사는 당연 파스타와 피자를 먹었고 중간중간 유명한 올드 브리지, 파씨 젤라또, 그리고 길거리에 파는 아무 젤라또들도 많이 사 먹었다. 어떤 음식점을 가도 실패하지 않았다. 이태리 현지 음식은 정말로 너무 맛있어서 약 2 주간의 이태리 여행 후 한국에서 이탈리아 음식을 사 먹지 않았다. 질려서가 아니고 한국에서 파는 이태리 음식은 소위 한국화 된 (Koreanized) 음식 같아서 현지의 맛과 동떨어 진 가짜 음식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빵순이의 관점에서 유럽의 빵을 재해석 해 보자면 구멍 송송 뚫린 유럽 식전빵은 고소하고 건강하게 맛있다. 그 빵에 내가 좋아하는 올리브유+발사믹 조합에 찍어먹으니 더욱더 감칠맛이 난다. 어떻게 보면 진짜 평범한 빵인데 맘 편하게 즐기고 돈 쓰러 온 여행 중에 먹어서 더 맛있었을 수도 있겠다. 하긴, 로마 고대 유적들을 보며 먹는 빵이 맛없기도 힘든 법

지름9m 의 오쿨루스
포로 로마노
아 그저 아름답다. 해질녘 노을과 건물들 너는 러브
예쁜건 두번 올리기


나는 첫날 2만 보 이상을 걸었고 그 날 나는 ‘떡실신’이 무엇인지 경험했다. 술 한잔 안 들어가도 떡실신이 존재하는구나 를 느낀 순간이었다. 하루를 기쁘게 관광으로 불태운 덕분에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피곤이 몰려왔고 물집 잡힌 발을 보고 놀라 바로 뻗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모든 길이 통했던 그 로마의 길들을 뚜벅뚜벅 걷는 내내 이천년전 과거로 거슬러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계속 받았다. 내가 로마인으로 태어났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다음 글은 바티칸 시국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이탈리아는 너무나 화려하고 감동이었어서 불과 6개월 후 나를 이탈리아로 또 가게 만든 묘한 나라이다. 아마 그곳에서의 음식, 만난 사람들, 볼거리 등 삼합이 잘 맞았기 때문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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