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삶, 그리고 다시 무대로
박현주
딸은 어릴 때부터 기계체조, 발레, 한국무용을 배우며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노래까지 익혀 더욱 탄탄했다. 그러나 예술중학교 진학을 목표로 무용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그리고 딸은 무용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무너졌다.
하지만 끼를 버릴 수는 없었나 보다. 일반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예술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결국 예술고등학교 연극과에 입학했다. 다양한 무대 경험 덕분인지, 그녀는 연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00 대학 연극 콩쿠르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그 대학의 전액 장학금이 그녀의 손에 들어왔다.
그러나 딸은 다른 대학의 수시 전형을 선택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낯선 분위기와 뒤처지는 학업으로 인해 예민해졌다. 살이 찌면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점점 학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그 와중에도 연극과 뮤지컬을 놓지 않았다. 대학교 시절, 교수님이 연출한 뮤지컬에서 딸은 주인공의 언더스터디(대역)이자 앙상블이었다. 그런데 공연을 앞두고 주인공이 갑자기 아프게 되면서, 딸이 무대에 서게 되었다. 평소에 열심히 준비하였다. 그녀는 두려움보다 책임감으로 무대를 채웠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남자 주인공의 팬들이 딸을 향해 악성 댓글을 쏟아냈다. 이유 없는 비난과 질투에 시달리면서 그녀는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점점 학교 가기를 꺼리고 자신감을 잃어가던 딸을 보며 나는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자신을 다시 찾을 시간을 주기 위해 캐나다로 연수를 보내기로 했다.
그곳에서 딸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영어 공부에 몰두했다. 동시에 연기 학원도 다니며 자신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녀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었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으며, 다시 학교로 돌아가 최선을 다했다. 결국, 그녀는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다시 무대 위에 설 준비를 마쳤다.
어쩌면 인생의 길은 한 방향으로만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실패가 찾아오기도 하고, 길이 멀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내 딸이 그렇게 증명해 보였다.
대학교 졸업한 후, 딸은 잠시 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특히 고3 학생들의 대학 입시를 도우면서 신경이 곤두서는 날들이 많았다.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며, 자신도 지칠 대로 지쳐갔다.
그렇게 바쁘고 피곤한 나날 속에서, 그녀는 사위를 만났다. 힘든 시기였기에 더욱 그 만남이 소중했고, 사위는 딸에게 따뜻한 위로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녀는 점점 안정을 찾았고, 힘겨웠던 시간 속에서도 새로운 행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녀는 결혼하고 세 자녀를 둔 엄마가 되었다. 10여 년 동안 육아에 집중하며 자신의 꿈을 잠시 내려놓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무대가 있었다. 이제는 다시 뮤지컬을 시작하며, 그리워하던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연기한다. 동시에 신앙 안에서 찬양 사도로서의 삶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딸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꿈을 이루어가는 동안, 나는 종종 손주들을 돌본다. 사위가 여건이 되지 않을 때는 내가 아이들과 함께한다.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나는 언제나 조용하고 평온한 하루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때로는 집안에 큰소리가 나기도 하고, 저희끼리 다투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일도 있다. 서로 장난치며 티격태격하다가도 금세 화해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웃으며 논다.
공부시키려 하면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도망가려 하고, 집중해야 할 순간에도 딴짓하며 능청을 떨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도 사랑스럽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고, 그 순수한 웃음과 장난기 어린 행동 하나하나가 내게 큰 기쁨이 된다.
이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매우 행복하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본다.
딸이 다시 자신의 무대 위에 서서 마음껏 노래하고 연기하며 빛나기를 바란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때로는 힘든 장면이 펼쳐질 수도 있지만, 그녀는 언제나 당당하게 걸어갈 것이다.
나는 늘 그 곁에서 지켜보고 응원할 것이다. 그녀가 꿈꾸던 무대에서,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더욱 빛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