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책임
브런치에 진심이 꾹꾹 담긴 글 8개를 발행하였다. 삶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공감과 영감을 주는 가치 있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아니 분명히 할 수 있었지만 지키지 못 한 약속이었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된 기쁨이 익숙해질 무렵 되돌아보니 나의 글은 거짓이 되어있었다. 거짓말로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처럼 내 코도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사람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자는 글 앞에서도 남들을 미워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새벽 기상으로 새벽, 근무, 퇴근 후 삶으로 하루 세 번의 인생을 산다는 글 앞에서도 두 번의 인생만을 살았다. 실패 앞에 좌절하지 말고 도전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자는 글 앞에서도 잦은 실패와 보이지 않은 성과에 매몰돼 무기력한 새해를 맞았다. 삶에 소소한 행복은 가까이 있기에 독자분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글 앞에서도 나의 행복을 찾지 못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희생에 감사하는 글 앞에서도 당당하지 못했다. 글 쓰는 순간은 진심이었고 진실이었을지라도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살면서 누구나 말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자주 '이미 엎지른 물은 다시 못 담는다'라고 말한다. 말도 이미 입 밖으로 꺼내버린 이상 다시 주어 담을 순 없다. 하지만 잊힐 순 있다. 시간이 흘러 잊힐 수 있는 말조차도 쉽게 내뱉을 수 없는데 기록되어 평생을 남을 수 있는 종이 위의 글들을 적어갈 때에는 더 신중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써 왔던, 앞으로 쓸 글들에 당당할 수 있을까? 글을 쓰고 기록하는 동안 이 문제는 계속 따라다닐 것 같다. 독자분들의 공감으로 글에 자부심과 글쓰기의 행복을 얻는 만큼 책임이 따른다. 이야기들을 진실로 지킬 책임을. 책임감 앞에 지키지 못한 글들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순간이 올지라도 글을 지워 도망가기보다는 다시 되새겨 진실된 글이 될 수 있도록 나를 바꾸는 쪽을 선택하려 한다.
글쓰기는 사색할 시간을, 삶에 혜안을 준다. 때로는 부정적인 생각을 배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종이 위에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살아가는 힘듦을 써 내려가다 보면 지친 심신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새로운 시간을 얻게 해 준 글을 너무 쉽게 써 내려가지 않도록 다시금 글의 무게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