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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Oct 21. 2021

특별한 일 없는 하루가 소중하다

2021년 9월 1일의 기록

2021.5.2 / 영덕바다 / Sony a7r2 / Sony 55mm f1.8

직장을 다니다 보면 아침마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며 긴장하게 된다. 졸린 눈을 채 뜨지도 못한 상태에서 샤워를 할 때면 '오늘 하루 내가 계획했던 일만 하게 해 주세요'하며 신앙 없는 기도를 한다. 그만큼 변수가 많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로 가득 찬 것이 직장인의 삶이다. 


오늘은 내 스케줄러에 있던 일을 다 처리한 기분좋은 날이다. 엑셀로 만들어 놓은 스케줄러에 해야 할 일들을 빨간 글씨로, 다 처리한 일들은 검정 글씨로 표시해 두었다. 낡은 오락실에서 고전게임을 하듯 빨간 글씨를 검정 글씨로 바꾸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은 게임의 끝판을 깬 날. 모든 빨간 글씨가 검정 글씨로 바뀐 기분 좋은 날이다.  


직장인들은 항상 변수에 적응해야 한다. 출근 후 스케줄러를 한번 훑어보고 업무 처리를 하다보면 어김없이 전화가 울리고, 왠지 소리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전화를 받자마자 나쁜 예감은 현실이 되고, 낯설게 느껴지는 전화 한 통으로 내 스케줄은 모두 꼬여버린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끔씩 '이 전화가 내일쯤 울렸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지만 그런 생각들은 공허한 하늘에 메아리치는 외침처럼 듣는 이 없이 하염없이 공중을 떠돌다 소멸해버린다. 


'변화에 적응하라. 낯선 환경을 기회로 만들어라. 변화로 부터 오는 역경을 이겨내야 진정한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이러한 문구들을 되내일 때는 고개를 끄덕거리지만, 막상 그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무사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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