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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Oct 31. 2021

옛 동료들, 반가운 얼굴들

2021년 10월 22일의 기록

2021.7.8 / 서귀포 어딘가 / sony a7r2 / sony 55mm f1.8

예전 지점에서 함께 근무하던 팀 동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오랜만이었다, 참. 후텁지근 습기가 가시지 않던 한여름, 나는 지점을 옮겼고 어느새 선선해진, 겨울바람 같기도 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반가운 얼굴들을 맞이했다. 변한 날씨 때문인지 옛 동료들과의 재회가 오랜만임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옛 팀 동료들과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도통 만날 기회가 없다. 물론 퇴근 시간에 옛 지점을 슬쩍 들러 10분, 얼굴을 마주하고 잠깐의 대화를 나눌 수도 있지만 성격상 그게 참 쉽지 않다. 1년 반을 함께했음에도 친근함을 먼저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후배 직원이 예약해 놓은 초밥집으로 걸어가면서 높아진 햇살, 선선한 바람과 함께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바뀐 계절과는 다르게 예전 팀의 상황은 바뀐 것이 없었고, 지점을 옮기며 업무가, 그리고 사람이 조금 나아진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들 '얼굴이 너무 좋아졌다'며 부러워했고, 그들의 눈에서 진심이 묻어 나와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지점을 옮기고 3개월,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이 그리 크게 변했겠느냐마는, 환경이 크게 바뀐 나는 3개월이 길게 느껴졌었지만 변화 없는 그들에게 3개월은 그저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나만 변했고, 그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점심을 빠르게 먹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와 차를 주문했다. 그들은 항상 마시던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블랙티 레모네이드. 얼굴이 좋아진 내가 계산을 하겠다고 우겼다. 서로 점심 커피값을 내겠다며 투닥거리던 기억이 잠깐 스쳐갔다.


함께 근무를 할 때는 동료들의 기쁨, 슬픔, 스트레스 등을 모두 공유했었었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만 동료들과 마주하니 웃음기 띤 기쁨만 보게 되니 새롭게 느껴진다. 각자의 자리에 있었던 3개월을 모두 공유하기에는 1시간의 점심시간은 너무 짧다. 층 하나를 두고 있지만 조직이 다르면 서로의 공감 간극을 좁히기란 쉽지 않다. 


옛 동료들을 만나는 것은 오랜 서랍장 안에 묵혀두어 누우런 빛을 띠는 기억을 꺼내보는 것 같다. 버릴 수도 있지만, 언젠가 꺼내볼 날을 기대하며 꽁꽁 싸 메어 두는 그런 기억. 


그 기억들을 잠시 잠깐 보듬고, 다듬고, 곱씹다 오후 1시에 어김없이 서랍장 안으로 다시 욱여넣었다. 올해 안에 다시 서랍장이 열리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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