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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Oct 30. 2021

갑자기 추워진 날씨

2021년 10월 16일의 기록 

2020.12.14 / 청도 / sony a7r2 / sony 50mm f1.8

감정이란 것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에서 영향을 받아 이리저리 흔들린다. 일을 망치거나 혹은 성취하거나, 하는 특별한 이벤트에도 감정이 동요하게 되지만, 감정은 사소한 날씨의 변화로도 자주, 쉽게 변하곤 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날씨는 우리 감정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구름 한 점 없는 날을 맞이할 때면 천근만근이었던 몸이 저절로 개운해지는 것을 느낀다. 더욱이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여름의 그 햇살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느끼게 되면 온몸이 나근나근해지면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장마철에는 평소 외출을 즐기지도 않음에도 괜히 마음이 차분해지다 못해 아무런 이유없이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해가 며칠 동안 사라진 도시는 적막해 보이고, 사람들의 걸음에는 저마다 우울한 사연이 한 움큼씩 묻어 있는 것 만 같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선풍기 바람이 좋았던 나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당황스럽다. 일기예보에서는 뚝 떨어진 기온 그래프와 함께 환절기 감기를 조심하라는 음성이 흘러나왔지만 나는 그 음성을 환절기마다 의례 하곤 하는 상투적인 문장 정도로만 생각했다. 눈과 귀로 듣는 날씨의 변화는 항상 직접 와닿지 않는다. 날씨는 나의 체험을 통해서만 현실이 된다.  


친구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길이 참 길게 느껴졌다. 내가 입은 옷이 오늘의 날씨에 맞춰 입고 온 옷이 아닌 것만 같다. 일기예보에서 그렇게 강조하던 급격한 날씨의 변화가 내 삶에 들어오는 순간이다.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은 가을 옷차림을 하고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양 손을 겨드랑이에 넣으며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이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서 추천받은 사이트 링크를 타고 들어가 구일이 패딩 하나를 구매했다.  '10월에 패딩을 산다'라는 문장이 더 이상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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