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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Oct 23. 2021

아침운동 시작

2021년 9월 5일의 기록

2020.10.30 / 청도 / Sony a7r2 / Sony 55mm f1.8

참 오랫동안 운동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나보다 운동을 더 악착같이 하는 자칭 타칭 '운동 마니아'분들은'13년 꾸준히 한 거 가지고 뭘'이라며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나는 수능을 치고 불어난 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평소 70kg 정도 체중을 유지하던 시절이었지만 수능을 치르고 난 뒤 내 체중은 85kg을 훌쩍 넘었었다. 수능을 치르고 정신이 드니 비로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참 낯설게 느껴졌고, 낯선 모습이 싫어 그 길로 바로 헬스장에 등록했다.


처음 운동을 하는 것이라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참 독하게 운동을 했었다. 하루 먹는 음식의 칼로리 계산은 기본이고 하루라도 운동을 쉬면 나태함의 크기만큼 살이 다시 쪄버릴 것 같아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했다. 그때 시작한 운동이 습관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부모님과 구일이의 권유로 토요일 하루는 운동을 쉬는 날로 정했고 주중과 일요일에 는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나는 항상 웨이트 위주의 운동을 해 왔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을 해야해'라는 타인의 꾸준한 잔소리 비슷한 말은 모두 무시한 채. '난 체력이 괜찮은걸?'이라며 사람들의 말을 무시했고, '저 사람은 평소 운동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왜 나에게 무슨 운동을 더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지?'라며 오만한 생각도 했었다.


직장을 7년째 다니고 그 시간만큼 내 몸 또한 나이를 먹다보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동안 무시해왔던 조언을 받아들여 올해 초 실내 자전거를 열심히 탔었다. 운동을 하다 보니 실내 자전거로는 조금 운동이 부족한 것 같아 러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3km 뛰는 것도 힘들어 헉헉 거리며 기진맥진해지기 일수였지만, 러닝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은 5km 거리쯤은 가벼운 마음으로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


그런데 러닝을 하고 나서부터 평소 숨이 조금씩 차고, 잔 기침과 헛구역질로 고생하게 되었다. '러닝을 하면 폐활량이 좋아진다던데, 나는 왜 평소에 숨이 차고 잔기침이 나는 걸까?' 생각하던 와중에 이 증상들이 모더나 백신 부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갑작스레 불안해져 내과를 방문했고, 심전도 검사와 폐 엑스레이 검사를 했지만 모두 정상으로 보였다. 다만,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하던 중 내가 앓던 가슴 답답함과 잔기침의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져 가슴 답답함과 잔기침 증상이 지속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진 원인은 너무 과도한 운동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 후 1시간 이내에 러닝과 같은 과도한 운동을 하게 되면 위산이 역류에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질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내가 체력 기르자고 내 몸을 더 망가뜨리고 있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역류성 식도염 약 처방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제 러닝은 공복상태에서 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하며 조금의 막막함을 느꼈다.


아침운동은 내가 항상 동경해오던 무언가이다. 아침운동을 꾸준히 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항상 감탄과 경의를 표했다. 아침마다 침대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그 강력한 힘을 뿌리치고, 잠 오는 눈을 비벼가며 아침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는 것은 평소의 나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 마음먹은 것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실천하는 습관을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었기에, 진단을 받고 난 이틀 뒤 바로 아침운동을 하게 되었다.


아침운동 전날 오전 6시 50분에 알람을 맞추고 운동복을 미리 세팅해두었다. 상의, 하의, 양말, 운동화, 갤럭시워치, 마스크까지 모두 준비해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졸린 눈을 하고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 입으며 '이렇게 잠이 덜 깬 채로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9월 초의 아침은 약간 쌀쌀했다. 반바지 반팔을 입은 걸 후회하며 조금씩 뛰다 보니 운동 시작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나태한 감정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공복에 운동하니 속이 불편하지도 않고 더 상쾌한 마음으로 러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침 7시에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들은 꽤 많았다. 물론 대부분 새벽잠이 없는 나이든 어르신들이었지만, 그래도 낯선 누군가가 내 노력의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직장인들은 아침이 항상 괴롭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출근하기 위함이고, 출근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종의 직장인으로서의 의무 같은 것이기에, 직장인에게 아침은 달가운 시간일 리 없다.


전날 맞춰둔 알람에 졸린눈을 뜨고 부스스 일어나 알람을 5분 뒤로 맞춘 뒤 베갯속에 얼굴을 다시 파묻는다. 5분 뒤 알람이 올리면 그제야 한숨을 푹 쉬며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샤워를 하거나 달갑지 않은 아침을 먹는다.


직장인에게 아침이 괴로운 이유는 아침시간이 '내 의지'를 발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똑같은 아침이라도 여행지에서의 아침은 평소의 아침과 다르다. 전날 맞춰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번쩍 떠지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설레는 상상도 하게 된다.


아침운동이 여행지에서 느끼는 아침 설렘의 감정을 느끼게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의지대로 하루를 시작하는 '자발적인 아침'을 맞이 할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아침운동이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아직 아침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아침운동이 내 삶에 체득되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기분좋은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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