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망 Oct 24. 2021

평범한 주말

2021년 9월 11일의 기록

2020.7.10 / 제주 / Sony a7r2 / Sony 55mm f1.8

직장인이라면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부터 주말을 기다리게 된다. 너무 일반화하는 것 같지만 나를 포함한 내 주변 직장인들은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기대하고, 월요일 시작과 동시에 금요일 저녁 먹을 저녁 메뉴를 정하곤 한다. 


주말은 항상 옳다. 직장 동기의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부모님을 찾아봽는 소소한 스케줄이 있는 주말보다 아무 일정이 없는 주말을 더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주말. 


오늘은 구일이가 대학 동기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으로 향했고, 나는 아무 일정 없는 주말을 보냈다.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풀리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30분 조깅을 했다. 오전 11시에 일어나 운동하니 햇살이 조금 따가워 '조금 더 일찍 일어날걸' 후회했다. 오늘은 어제 도착한 새로운 러닝화를 신고 뛰다 보니 매번 뛰던 조깅코스가 좀 더 새롭게 느껴졌다. 물론 심리적인 것이겠지만, 새 신을 신으니 누군가 나의 등을 떠밀어주고 있는 것 같은 가벼운 느낌.. 


집에 도착해 찬물 샤워를 하고 구일이를 기차역에 데려다준 뒤 맥도널드에서 점심 픽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창문을 모두 개방하고 청소기를 한 번 돌린 뒤 물걸레로 방을 슥슥 닦는다. 토요일 오전 청소 패턴. 주말 시작부터 청소를 하면 주중에 쌓였던 복잡한 감정들이 모두 청소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지난주말 읽었던 '강방천의 관점'이라는 책을 마저 읽기 시작한다.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주식공부를 꾸준히 하게 되었고, 좋아하는 투자자가 쓴 책을 발견하면 다 읽어보게 된다. 물론, 그들의 투자전력이나 투자관점을 체득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책을 읽을 때는 '나도 주식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물론 책을 덮으면 다시 현실로 빠르게 복귀한다.  


책을 읽으면 잠이 오는건 당연하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마치 모기에 물리면 물린 자리가 간지러운 것처럼 예외 없이. 낮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책을 펼쳐 들고 책을 모두 읽고 나니 구일이가 기차역에 도착할 시간이 되어 구일이를 다시 픽업하러 갔다. 


구일이도 오랜만에 집을 떠나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니 친구들과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를 나에게 말해준다. 난 항상 구일이가 물어오는 에피소드를 들으며 간접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워낙 생생하게 말해서 내가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소소하고 귀엽다.  


집에 돌아와 구일이가 사온 치킨 크로켓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우리에게 주어진 토요일 주말 저녁 시간을 즐기는 중이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지, 열어 놓은 창문을 타고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길고 긴 여름을 지날 땐 없어질 것 같지 않던 더운 열기가 낯설어지는 순간이다. 


이제 가을이오고 쌀쌀해진 날씨에 또 적응하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재택근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