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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Oct 24. 2021

모더나 2차 접종

2021년 9월 18일의 기록 

2021.7.11 / 제주 / Sony a7r2 / Sony 55mm f1.8

코로나로 참 많은 것이 변했다. 4인 모임·2인 모임 제한으로 직장에서의 회식이나 간단한 저녁식사는 생각할 수도 없게 되었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힘들어져 점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물론 코로나 전에도 친구들을 많이 만나지 않았고 직장에서의 회식을 싫어하는 편이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할 수 있을 때 안 하는 것과 하지 못할 때 안 하는 것에서 느끼는 답답함의 차이가 있다.  


목요일은 모더나 2차 접종을 위해 백신휴가를 썼다. 모더나 2차 접종을 하게 되면 많이 아플 거란 주변의 말을 잘 듣고 해열제를 잔뜩 구비해두었다. 걱정이 많으신 장모님이 준비해주신 타이레놀을 부엌 서랍에 한 가득 쌓아두었다.  


모더나 2차 접종을 맞고 그 날은 그런대로 버틸 만했다. 오후 4시쯤 낮잠을 자고 6시쯤 일어났을 때  '잠을 한 숨 자 두니 몸이 한결 가볍네. 2차 접종을 맞아도 몸이 많이 무겁지는 않은 것 같아'라며 2차 접종에 대한 블로그 후기들이 조금은 과장되었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새벽,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자정이 될 무렵부터 몸이 아파오더니 새벽 내 자다깨다를 반복 했다. 가을의 선선함이 느껴지는 요즘에도 선풍기를 항상 틀어놓고 잠을 청했지만, 그날 새벽은 덮지도 않던 이불을 꽁꽁 싸매고 밤새 으슬으슬해했다.  

아침에 일어나 열을 재보니 38.6도였다. 새벽보다 몸이 좀 가볍다고 느꼈었지만 38.6도가 나온 것을 보고 깜짝놀랐다. 옆에 자던 구일이도 함께 아팠다. 서로를 제대로 간호해 줄 수 없어 침대에 나란히 누워 구일이가 물에 적셔온 수건을 번갈아가며 서로의 이마에 대 주었다. 장모님이 준비해주신 타이레놀 2알을 먹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그냥 아픔을 받아들여야 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도 머리에서 울리는 띵함은 가시질 않았다. 그래도 가만히 누워 천장만 보고 있을 순 없어 넷플릭스를 보다, 책을 보다, 낮잠을 자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밤 11시쯤 되니 땀이 비오듯 쏟아져 '아, 이제 몸이 좀 낫겠구나' 싶었다. 새벽 1시쯤 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고 체온계로 온도를 재보니 36.5도. 2차 접종 부작용이 사라졌다.  


코로나 때문에 참 많은 경험을 한다. 백신이란 것을 맞고 아프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아파도 보고. 모두가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함께 백신을 맞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겠지만, 뉴스에서 종종 보이는 '백신 거부 운동'의 취지 자체는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코로나로 가장 아쉬운 점은 작년부터 구일이와 내가 좋아하는 해외여행을 한번도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가장 큰 목적은 비용에 얽매이지 않고 해외여행을 마음껏 가기 위함인데 그것을 하지 못하니 참 답답하고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찾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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