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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Oct 25. 2021

추석연휴의 끝

2021년 9월 22일의 기록

2021.7.7 / 제주 / Sony a7r2 / Sony 55mm f1.8

5일간의 길었던 추석 연휴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항상 긴 여휴의 마지막 날 저녁이 되면 헛헛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이 헛헛함은 출근하기 싫음의 다른 표현이고, 직장인인 나는 이 감정과 함께 동행해야 하는 처지이다. 5일간 구일이와 함께 먹고, 자고, 여행하고, 놀면서 회사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어 행복했다. 


'일할 곳이 있기 때문에 휴식도 값진 것이다'라는 말에 토를 달 생각은 없지만, 일요일 저녁과 긴 여휴의 마지막날이 너무너무 싫은 나로서는 '얼마의 휴식을 가지면 저런 망언을 할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추석이나 설때마다 큰아버지, 큰어머니부터 사촌에 육촌까지 대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곤 했다. 워낙 보수적인 집안이라 남자와 여자가 따로 상을 차려 밥을 먹는 집. 설거지와 식사 준비는 모두 여자의 몫이고 남자들은 거실에서 고스톱이나 치며 명절을 즐기는 집. 이런 환경이 있는 집에 시집온 구일이에게 항상 미안할 다름이다. 물론 부모님은 전혀 가부장적인 분들이 아니시고 저런 답답한 상황을 일 년에 두 번 겪는 것이라 별 일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구일이 입장에서는 참으로 큰 문화충격일 테고 친척들과 함께 보내는 4시간 남짓한 시간이 4일처럼 길게 느껴지리라.  


코로나로 인해 추석, 설날에 친척들을 만나지 못한지 약 2년이 다 되어 간다. 친척들을 만나게 되면 가져야 했던 쓸데없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 좋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이렇게 엄마 아빠, 나와 구일이, 형과 형수님, 그리고 사랑스러운 조카까지만 명절을 함께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친척들을 만나면 괜히 쓰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 항상 생기게 되어 별로 달가지 않다. 


'결혼한 지 4년이 다 되어가는데 애기는 안 가지니?'

'A는 벌써 애기가 3살인데 너 A랑 동갑 아니야?' 


결혼을 하고 나서 아버지에게 우리 가족만 속닥속닥 모이는 게 낫지 않겠냐고 슬쩍 제안을 해 보았으나, 아버지의 의견은 확고하고 완강했다. 추석, 설날은 친척들을 보는 날이라며.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간의 명절은 참 행복하게 지냈다. 부모님을 찾아뵈어 맛있는 음식을 차려 먹으며 못다 한 이야기도 하고, 도시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보름달을 보며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보기도 하고.  


앞으로 이런 연휴 같은 명절을 얼마나 더 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미래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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