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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Oct 26. 2021

긴 휴가 뒤, 출근

2021년 9월 24일의 기록 

2021.9.20 / 거제 바닷가 / Sony A7r2 / Sony 28mm f2.0

짧고도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나고 오랜만에 출근을 했다. 긴 연휴의 끝날이면 첫 휴가 후 복귀하는 이등병 같은 마음을 느끼곤 했지만, 이번만큼은 오랜만에 회사를 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틀 뒤면 또 주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리라. 오랜만에 출근하는 날 아침은 유독 날이 맑았고, 맑은 날을 느끼며 아주 잠깐 이 날씨 아래 출근해야 하는 내 처지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출근거리가 짧은 덕분에 잡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오랜만의 출근에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일주일을 쉬고 출근하는 거라 혹시 업무 적응에 조금 애를 먹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몸은 내가 하던 모든 기억하고 있었다. 참 얄궂다. 엑셀파일에 적어두었던 '오늘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며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여느 때와 똑같은 하루가 지나가고, 어느새 금요일 저녁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글을 쓰고 있다.  


업력이 쌓이다 오랜 기간 휴가를 다녀와 사무실에 나올 때면 사무실에서 보는 오랜만의 것들, 책상에 쌓여 있는 서류들이 반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끔, 아주 가끔 그런 느낌을 가질때면 헛웃음을 짓게 된다. 쌓여 있는 서류들은 반가울 수 없는 존재이지만, 가끔 그 서류들이 귀여운 인형탈을 쓰고 나에게 미소 지을 때면 나도 모르게 반갑게 손을 흔들게 된다. 그리고 이내 어색한 손짓이 무안해져 자연스럽게 손을 내리며 조금은 기분이 좋아져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지난 이틀간 내 서류들이 입고 있던 인형탈을 벗겨내느라 애를 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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