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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Oct 27. 2021

직장인이 계획 없이 연휴를 보내는 방법

2021년 10월 3일의 기록

2021.9.20 / 거제 / Sony a7r2 / Sony 28mm f2.0

직장인에게 빨간 날은 큰 의미이다. 빨간 날이 있는 달은 왠지 설레고 시간이 잘 갈 것만 같다. 빨간 날을 맞이하기 한 달 전부터 특별하게 주어진 그날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우곤 한다. 물론 빨간 날이 다가오면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미리 세워놓은 계획이 실행될 수도 있고 미리 계획을 세웠다는 것에 만족하며 하루 종일 집에 머물며 재충전을 할 수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든 직장인에게 빨간 날은 사막의 오아시스이다. 진부하지만 이 표현만큼 빨간 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사막의 오아시스. 


추석 연휴부터 3일 연속으로 쉬는 연휴가 연달아 있다 보니 직장인으로서 참 기분이 좋다. 연휴를 즐기다 보면 기분 좋은 상상을 하기도 한다.


'주 4일제를 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 바뀌게 될 당시에도 일은 누가 하냐며 사회적으로 반발이 심했다고들 하잖아. 주 4일제를 누릴 수 있는 날이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몰라.' 


이렇게 연휴를 길게 즐기다 보면 주중을 바쁘게 지내던 때와는 다르게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고, 자기 계발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는 시간도 많이 가지게 된다. 주말이면 사람 만나는 것보다 사진을 편집하거나 책을 읽고 넷플릭스를 보는 것을 즐기는 나는 긴 연휴가 계속되는 요즘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한다. 


'테니스를 배워 볼까'

'북클럽에 가입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읽은 책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어떨까'

'좋은 글쓰기 클래스가 있다면 다시 한번 등록해보고 싶어'라는 생각.


물론 실천을 잘하지 못하는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아름 품고 있다가 연휴가 끝나는 날 저녁 가차 없이 내려놓는다. 어차피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은 꾸준히 하기가 힘든 법이다. 특히 주중에 취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는 직장인에게는 더더욱.   


예전 같았으면 이런 연휴에 구일이와 함께 해외여행 계획을 짜며 즐거워하고 있었으리라. 가성비 좋은 호텔을 찾아 예약하며 '정말 궁상이다' 서로 웃으며 핀잔을 주고, 가장 싼 비행기 티켓을 끊으며 뿌듯해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위해 빡빡한 일정을 짜지 않는 것에 즐거워하며. 나와 구일이의 유일한 취미였던 '해외여행 대충 계획하고 다녀오기'를 하루빨리 다시 해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우리의 진정한 취미를 즐기지 못하고 지나 보냈던 지난 2년의 연휴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코로나야, 얼른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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