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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Nov 12. 2021

직장인이 나에게 쓰는 편지

2021년 11월 11일의 기록

2021.10.23 / 대구 근교 / sony a7r2 / sony 55mm f1.8

① 실수로부터 배우는 삶


너는 항상 실수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곤 했던 것 같아. 가까웠던 사람에게 감정을 앞세워 참 유치하게 행동했었던 그날, 밤에 잠이 오질 않아 소리 없이 이불 킥을 날리며 '다시는 그렇게 유치해지지 말아야지' 생각했고, 결국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 괜히 부모님에게 투정 부리고 화냈던 날이면 방 문을 꼭 닫고 침대에 멍하니 앉아 '다시는 엄마에게 소리 지르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부모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지. 33년의 인생을 살아오며 두고두고 후회할 많은 실수들을 했지만, 분명 그 실수들로부터 성장했고 더 나은 인격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너는 요즘 너에 대해 관대해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나 봐. 작은 실수 하나에도 크게 자책하고, 그 작은 실수로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것 같이 행동하는 모습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아. 너는 실수와 동시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실수로부터 배우는 사람이 되길 포기한 사람 같아. 실수와 성장 사이에 고리가 끊어져 버렸어.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어. 10대, 20대에 저질렀던 실수가 30대의 더 나은 내 모습을 만들었듯이, 30대의 내가 했던, 그리고 미래에 저지를 실수들이 나의 40대, 50대를 더 빛나게 할 거라고 생각해. 남을 용서하는 것에는 관대하고 나를 용서하는 것에는 인색했던 너의 모습을 버리길 바라. 남들이 소중하듯 너도 소중하고, 네가 빛이 나야 네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따스한 빛의 온기로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라.  


②  진정한 나의 모습


33년을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온전히 너의 의지대로 살아온 것 같니?


중학생 시절,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좋아하던 농구를 마음껏 하지 못했지만, 말 잘 듣는 아들로 살아가는 삶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을 거야.

고등학생 시절, 남녀공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남고에 가서 공부에 집중하길 원하셨던 부모님의 권유로 남고에 진학했고, 군대 같은 기숙 고등학교를 다니며 참 힘든 일도 많았지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아들로 살아가는 삶이 만족스럽다고 생각했을 거야.

대학생 시절, 타지에 위치한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에게 학비와 생활비 부담을 지워드리고 싶지 않아 장학금을 받고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해 부모님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었던 선택에 스스로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 느껴졌을 거야.


이렇게 20년을 넘게 살아오니 생각과 행동에도 관성이란 것이 생기더라고. '나의 생각과 행동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를 항상 먼저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 부싯돌을 부딪혀가며 냈던 잠깐의 스파크는 사라지고, 이쑤시개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알 수 없는 커다란 횃불에 의지하는 개운치 않은 삶을 살아왔었던 거야.


이제 너의 의지대로 삶을 온전히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자발적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들도 너의 자발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하거든. 다만, '네가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지와 '너를 희생하고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 지 수 있는' 선택지,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면, 가끔씩은 과감히 너의 온전한 행복을 선택하길 바라.  


한 순간에 네가 바뀔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 33년간 쌓아온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너의 노력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지금보다 더 너다운 너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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