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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Nov 04. 2021

직장인이 급작스레 많아진 일에 대처하는 방법

2021년 10월 27일의 기록

2021.7.9 / 제주 / sony a7r2 / sony 55mm f1.8

직장에서 하릴없이 괜히 업무규정만 뒤적거리고 있는 날도 있는가 하면, 벅찰 정도로 일이 몰리는 날이 있다. 업무가 없을 때면 '시간이 너무 안가. 일이 조금 있으면 시간이 잘 갈 텐데. 너무 극단적으로 일이 없어도 좋은 게 아니야'하며 배부른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 일이 많아지면 과거의 허세 부리던 내가 원망스럽다. 입이 방정이지. 


내가 오늘 부여받은 방대한 양의 일들이 하루의 야근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임을 깨닫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고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억지로 긍정의 마음을 가져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긍정의 마음은 씨알도 먹히지 않고, 갑자기 이렇게 일이 몰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 갑자기 업무를 던져주는 팀장, 급하게 업무를 처리해 달라는 은행 담당자 등등, 이 일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원망을 쏟아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원망의 단계를 지나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상황을 수용하고 일을 처리할 방법을 찾는다. 직장을 다니고 연차가 쌓이면서 원망을 하는 시간은 짧아지고 '일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까' 고민하는데 내 에너지를 더 쏟게 된다. 원망을 하는 것 또한 에너지와 시간을 쏟는 일이니, 이 단계는 일을 다 처리한 다음으로 미룬다. 원망의 감정이 빠르게 지나가고 이성을 조금 되찾았을 때, 나는 내가 처한 일들을 복기하며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나간다. 




① 중요하지 않은 업무들 스케줄 조정


일이 갑자기 많아질 때, 나는 경상적으로 하던 업무 중에 기한이 남아있는 업무들을 최대한 미루는 작업을 한다. 예를 들어, 11월 30일까지 처리할 일임에도 스스로 11월 10일까지 마무리하기로 계획을 짜 놓았다면, 해당 일들을 모두 11월 30일까지 처리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조정한다. 한 번 계획했던 업무들을 뒤로 미루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당장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이 많을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② 중요한 일들을 빠르게 훑어보기


중요한 일들이 내 손에 한 움큼 던져졌을 때, 나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고 우선 빠르게 업무들을 훑어본다. 여러 개의 일이 동시에 펼쳐져 있을 때는 그 업무의 목차와 개요를 보고 예상되는 업무의 강도, 업무 수행 시간 등을 빠르게 판단한 후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처음부터 업무의 세세한 내용에 얽매이게 되면 한정된 업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없다.


나의 경우, 중소기업들을 분석하고 심사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수행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전, 여러 업체들의 재무제표, 금융거래확인서, 신용도 등 객관적인 지표들을 빠르게 파악한 후 업체들이 지원받아야만 하는 시기, 기업 규모에 따른 심사 예상기간 등을 먼저 판단해본다.  


③ 중요한 일들의 우선순위 정하기


쌓인 일들을 슬쩍 훑어본 뒤에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만약 일주일 안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5개라면, 그 5개 중에서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업무와 가장 늦게 처리해도 되는 업무를 판단하고 처리 순서를 정하게 된다. 동기들과 선·후배들을 보면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성격상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버겁다.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게 되면 업무별 특수상황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가 어렵다. 


담당 팀장이 그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팀장들은 일을 던져주며 우선순위를 정해주지 않는다. 또는 팀장이 우선순위를 잘못 판단해서 업무 지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거래처들과 스케줄을 조율하고, 업무를 해결해나가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나의 몫이다.


④ 팀장님에게 업무계획 알리기


중요한 일들의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그 일들의 예상 수행기간 등을 대략적으로 팀장님에게 말씀드린다. 물론 업무 수행 기한은 시간에 쫓기지 않게 말씀드린다. 예를 들어, 11월 8일까지 업무를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스스로 판단이 되면 11월 9일까지 끝내겠다고 슬쩍 말씀드린다. 업무를 처리할 때 내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예상되는 업무처리 기한을 넘겼을 때는 문제가 되지만, 일이 빨리 처리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전혀 없다. 


물론 이 과정이 생략되어도 무방하지만, 이 과정은 나의 부책감을 덜기 위함이다. '나의 계획이 이러하니, 내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나의 계획이 저러하니, 더 빨리 업무를 처리하라거나 하는 무리한  업무지시는 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하는 숨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⑤ 업무 수행하기


업무계획을 다 짜고 팀장님의 컨펌을 득했다면 이제 가장 쉬운 일,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 남았다. 미리 생각한 계획에 맞추어 업무를 수행해나갈 때,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면 야근 없이 업무를 모두 수행하기도 하고, 변수가 발생해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모든 업무계획이 뒤로 밀리기도 한다. 직장에서의 연차가 쌓일수록 업무수행 전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는 능력을 키우게 되지만, 지금 당장 그런 능력이 없어도 괜찮다. 업무를 수행하며 쌓이는 경험들이 훗날 나의 변수 고려 능력을 키워줄 것이다.




업무가 몰릴 때 대부분 직장인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스트레스 관리에 취약한 나는, 업무가 급작스레 많아지는 상황을 경험했을 때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을 때도 많았다. 갑자기 업무가 많아져야만 하는 상황, 고군분투하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선배들에 대한 원망들로 헛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업무라는 것이 나의 의지대로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머릿속에서는 '수요일에는 A 업무를 처리하고, 목요일에는 B 업무를 처리하고, 금요일에는 C업무를 처리해야지' 하지만, 현실에서는 A, B, C라는 업무가 금요일에 갑자기 몰려 주말을 반납하는 경우가 생긴다. 


버거운 업무들을 맞이했을 때 스트레스 하나 없이 그것을 즐기는 직장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미리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플랜 A, 플랜 B를 짜 두고 여러 가지 변수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도 많은 업무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쌓이고, 밀리고, 묵혀진 업무들을 스트레스 없이 잘 해결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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