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망 Oct 28. 2021

직장인의 독서습관

2021년 10월 6일의 기록

2021.1.19 / 집 근처 카페 / sony a7r2 / sony 55mm f1.8

군대 시절, 참 많은 책을 읽었다. 공군에서 취사병으로 근무하며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오후 1시까지 근무를 했고, 책을 읽으며 남은 오후 시간을 보냈다. 취사병 일이 힘들다 보니 계급 상관없이 일과 이후에 자유시간이 완벽히 보장되었고, 그 덕분에 이등병이었던 나도 일과 이후의 모든 시간을 책과 함께할 수 있었다. 생활관 옆에 작은 독서실과 책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이 있어 일과를 마치면 땀내와 음식 내를 빼기 위해 얼른 샤워를 한 뒤 간단한 점심을 먹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것이 습관이 되어 군생활 2년 내내 참 많은 책을 읽었고 매일 책을 읽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군 제대와 동시에 나의 책 읽는 습관은 사라졌다. 2년 동안 쌓아온 귀중한 습관이었지만 갓 제대한 군인에게 책 읽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참 많았다. 심지어 계절학기를 들으며 시험공부를 하는 것조차 참 즐거웠으니. 사소한 하나하나가 참 다 재미있었다.  


이후 학교를 다니며 학점 관리를 하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해 에스토니아에서 한 학기를 보내게 되고, 졸업 후 취준생으로서 전공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렇게 취업을 하고, 성취감에 취해 자기 계발을 멈추었고, 당연히 책은 내 삶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다 7년 차 직장인이 되고, 일에서 여유를 찾게 되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재테크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니 예전 책 읽던 습관이 다시 돌아와 책 읽는 것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책을 하루에 몇 페이지라도 읽지 않으면 하루를 마무리 짓지 못한 것처럼 찝찝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아무리 바쁜 날을 보냈더라도 꼭 2,30페이지는 읽고 잠에 든다. 물론 하루에 2,30페이지를 읽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이것에 대해 글을 쓰는 건가 싶기는 하다. 하지만 책을 얼마나 많이, 빨리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책 읽는 습관을 되찾았다는 사실인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다시 습관을 되찾을 수 있게 되어 괜스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게 된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첫 시도의 어려움과 설렘을 담고 있는 문장이다. 직장인으로서 주중에 바쁘게 근무하다가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해볼까, 할 때는 귀한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르는 것에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쏟곤 한다. 그야말로 귀중한 휴식시간을 할애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귀중한 시간을 책을 읽는데 할애하는 것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다.  


책에는 많은 이들의 삶이 있고, 그 삶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나 또한 더 많은 종류의 사람이 되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이 집안일을 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