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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Nov 14. 2021

항상 화를 내는 사람과 일하는 고통

2021년 11월 13일의 기록

2021.7.9 / 제주 새별오름 / sony a7r2 / sony 55mm f1.8

일을 하다 보면 항상 화가 나 있는 사람과 업무를 함께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곤 한다. 업무 과중으로 힘든 와중에 항상 부정적인 태도로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사람과 함께 일하게 되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다. '왜 이렇게 화를 내시는 거예요?'라며 이유를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궁지에 몰려 아등바등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꺼낸 나의 질문에도 화를 버럭 내며 답할 것이 너무 분명하다.


직장인 분들은 공감하실 거라고 믿는다. 내가 처리해야 할 업무량이 내 능력 안에 있을 때는 누군가가 나에게 이유 없이 화를 내어도 별생각 없이 넘길 수 있다. '아, 저 담당자가 오전에 힘든 일이 있었나 보구나'하며. 나의 컨디션이 좋을 때면 심지어 나에게 이유 없이 화를 낸 그 사람의 안녕을 빌어주는 여유까지 부릴 수 있다. '그래, 나한테 화를 다 풀고 남들에게는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주면 좋겠다'라며 성인군자 행세까지 한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량이 내 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많은 경우에는 나도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내가 뜻한 대로 업무가 처리되지 않아 업무 스트레스가 조금 쌓인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이유 없이 화를 내면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길래 나에게 화를 내는 거지?'라고 당장이라도 묻고 따지고 싶어 진다. 지렁이의 꿈틀거림을 보여주고 싶다. '계속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나 보네.'라고 유치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특별한 이유 없이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내면 억울한 마음이 든다. 내가 잘못을 해서 상대방이 화가 난 상황이라면 백번 그 화남을 이해할 수 있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야지'하고 자기반성하고, 나에게 화낸 그 사람에게 진정한 사과를 건넨다. 

하지만 내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꾸짖음을 당하면 그것만큼 억울한 것도 없다. 평소와 같이 길을 걷다가 힘이 센 친구에게 아무 이유 없이 사탕을 빼앗겨버린 유치원생처럼 가끔은 억울함에 눈물이 핑 돌기도 해서, 그 감정을 그대로 집으로 들고 가 구일이에게 마구 쏟아내곤 한다.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직장을 다니다 보니, 분명히 깨달은 한 가지가 있다.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온다.' 특히 이유 없이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화를 내며 남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사람들로부터. 


업력이 쌓이고 직장생활의 힘듦에 굴복하더라도 남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직장인은 되지 말자고 항상 다짐한다. 존경받는 사람은 못 되더라도, 남을 깎아내리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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