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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Nov 18. 2021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를 부여받았다

2021년 11월 17일의 기록

2021.7.9 / 제주 새별오름 / sony a7r2 / sony 55mm f1.8

직장인 7년 차가 되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를 만나기는 어렵다. 특히 한 부서에서 진득이 근무했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직장인에게 7년이라는 시간은 '눈 감고도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한 가지 업무에 능통해지고, 자신만의 효율적인 방법으로 누구보다 빨리 업무를 칼같이 처리하는 능력은 시간이 쌓아 올려준 값진 자산이지만, 같은 일을 반복하는 날들이 겹겹이 쌓이면 쳇바퀴 위에서 열심히 제자리걸음을 하는 햄스터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앞을 향해 뛰어간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나에게 제자리걸음만 한다고 말해준다.   


업무 매너리즘에 빠질 무렵 부서를 이동하면서 나는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았다. 회사 규정 한 구석에 잠자고 있었던, 선배들에게서 말로만 들어 보았던 업무였다. 일 뿐만 아니라 모든 측면에서 새로움을 싫어하는 나는 업무를 부여받자마자 또 습관적으로 생긴 스트레스에 약간은 짓눌리게 되었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모든 직장인이 한 번쯤 겪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극도로 단순한 업무를 맡은 게 아닌 이상, 일을 하면 항상 변수가 존재하고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아주 오랜만에 새로운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다행히도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아주 잠깐 사이 사라지고, 새로운 업무가 주는 약간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업력이 짧았던 신입 시절 때는 모든 업무가 새로운 업무로 다가와 너무 버겁게만 느껴졌고, '이 업무들을 언제 다 배워서 선배님들처럼 뚝딱뚝딱 처리하나'하며 자조 섞인 한숨을 푹푹 내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새로운 업무가 스트레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업무 더미에서 부여되는 약간의 새로운 업무는 직장생활의 활력이 되고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나도 무언가를 새로운 마음으로 배울 수 있구나'하며 조금의 감사함까지 느끼게 된다. 7년이란 시간이 나를 참 많이 변화시켰나 보다. 


이렇게 새로운 업무에 대한 적응능력이 생기게 된 것은 직장을 다니며 나무보다는 숲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겨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더라도 업무의 방향성과 목적을 먼저 깨달을 수 있으면 '달에서 절구를 빻는 토끼를 잡아오라'정도로 현실성 없이 느껴지는 업무라 하더라도 해결해 나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예전에는 새로운 업무가 아주 어려운 산수문제 수십, 수백 개로 느껴졌다면, 요즘은 아주 쉬운 수학 문제 한, 두 개 정도로 느껴진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그 업무에 코를 박고 몰두하지 말고 10분, 아니 5분 정도만 한 발짝 물러나 큰 그림을 한 번 그려보시길 추천드린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레스토랑을 찾아갈 때는 레스토랑 주변의 지도만 보고 찾아가는 것보다는 레스토랑이 포함된 동네 전체를 아우르는 지도를 펼쳐놓고 찾아가는 편이 훨씬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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