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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Dec 17. 2021

겨울 조깅

2021년 12월 16일의 기록

2020.12.8 / 청도 / sony a7r2 / sony 55mm f1.8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귤의 시큼함과 달달함, 찐득한 군고구마가 떠오르는 계절. 이불 밖 공기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고, 평소 먹지도 않는 꿀꽉찬 호떡이 생각나면 몸과 마음으로 겨울이 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계절이 변함에 따라 사람들의 운동 패턴 또한 변화한다. 나는 13년간 꾸준히 운동을 해왔었기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변화가 나의 운동의지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직장에서 주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겨울은 운동을 위한 계절은 아닌 듯 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온수매트의 온기가 남아있는 이불 속이 좋아져서인지, 추워진 날씨에 겹겹이 걸치는 옷들이 우리의 망가진 몸을 감추어 주어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가을 아침운동을 할 때면 매일 볼 수 있었던 이름모를 사람들 모두 운동을 멈추신건지, 운동 시간을 바꾸신건지 모르겠지만, 아침 운동마다 보아왔던 익숙했던 사람들의 수도 반으로 줄었다. 


아침조깅을 시작한 이후 겨울이라는 계절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날씨가 추워지기 전 부터 겁이 났다. '건강해지려고 조깅을 하는데 추운날 괜히 뛰러 나갔다 감기에 걸리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되고, '러닝용 패딩을 사야하는걸까?'라며 인터넷 쇼핑몰을 뒤적거려 보기도 했다.  


걱정을 겹겹이 쌓아가던 중 영하 8도의 날씨에 조깅을 했고, 나의 걱정들은 기우임을 깨닫게 되었다. 영하 8도의 날씨에도 내복만 잘 입으면 충분히 땀 흘릴리며 조깅할 수 있고, 내 몸은 생각보다 강해서 감기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영하의 날이 지속되고, 추운 날씨에서의 아침조깅 경험이 쌓이다 보니 겨울 조깅의 특이하면서도 특별한 매력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된다. 칼바람을 맞아 얼굴은 얼음장처럼 찬데도 옷이 덮고 있는 팔, 다리, 몸은 열과 땀으로 가득찬다. 아주 추운 날 야외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는 기분이다. 호흡호흡, 걸음걸음마다 따뜻한 입김과 차가운 공기가 만나며 하얀 연기가 일정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이 괜히 우습다. 장갑 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이 빠르게 증발하는 느낌도, 귀를 보호하기 위해 덮어 쓴 후드 모자가 머리카락을 쓸며 내는 일정한 소리도 겨울 조깅에서만 경험 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봄, 여름, 가을에 꾸준히 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겨울이 되면 운동을 이어나가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날이 추워지면 몸이 움츠러들고, 운동을 하겠다는 의지도 사그라든다. 아주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 보건데, 겨울 운동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할 때 '스스로의 성취감'에 집중하기보다 '남들의 시선'을 더욱 신경써 왔던 것은 아닌지 한번 쯤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많은 직장인들이 겨울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며 성취감과 건강을 얻고, 직장생활에서의 자존감도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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