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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Jan 08. 2022

출근 풍경

2022년 1월 8일의 기록 

2021.4.6 / 출근 풍경 / sony a7r2 / sony 55mmf1.8

나는 항상 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출근하는 것이 좋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조금 일찍 회사에 도착하기 위함이다. 지방에서 근무하다 보니 서울과 수도권처럼 극악의 교통체증을 경험할 일이 없어 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을 자연스레 선호하게 되었다. 겨울이면 엉덩이가 데일 정도로 열선과 히터를 빵빵하게 틀고, 여름이면 손이 시릴 정도로 에어컨을 틀며 계절을 거슬러 출근을 한다. 다 쓰러져가는 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참 돈이 좋아’라며 꼴사나운 생각도 해 본다.     


오늘은 구일이가 출장을 가는 데 차가 필요해 나는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차가 두 대라 각자 차를 타고 출근을 할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팀장님도 휴가라 서둘러 회사에 출근할 이유가 없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며 어제 보다 따뜻해진 날씨를 느끼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오랜만에 버스정류장에 서서 꽉 막힌 도로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새로웠다. 유튜브 뮤직에 '걸으며 듣기 좋은 노래'를 검색해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노이즈 캔슬링 모드를 작동시키니 뮤직비디오 안에 잠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를 꺼내 들고 버스에 올랐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는 한산한 버스 안 풍경에 적막마저 감돌았고 따뜻하지만 심하게 건조한 히터 바람이 노곤한 아침잠을 부른다.      


20분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버스로 출근하며 대중교통 이용의 장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버스 좌석에 편히 앉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친절한 기사님이 운전해주는 버스에 앉아 어제 새벽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거나 바빠서 읽지 못했던 뉴스 기사들을 읽으며 정보를 얻는다. 휴대폰을 잠시 끄고 고개를 들면 운전에 집중하다 놓쳤던 소소한 풍경들도 볼 수 있다. 노견과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허리 굽은 할머니, 숨을 헐떡이며 조깅하는 중년, 자기 몸 보다 큰 가방을 메고 통학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까지.      


2년마다 근무지를 옮겨 출근길이 달라지는 나로서는 가끔 이렇게 출근 풍경을 눈에 담고 기억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다.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또 달라지는 다채로운 출근길 풍경을 많이 느끼고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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