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인사발령으로 근무하는 부서가 바뀌었을 뿐인데 마치 이직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매일 9시 반까지 출근하고 오늘 할 일의 목록을 확인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내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는 인사발령 전이나 후나 동일하지만 함께 근무하는 사람이 바뀌다 보니 '내가 이직을 했던가'하는 말도 안 되는 기분이 든다.
아직 새로운 부서에 발령받은 지 2주밖에 되지 않았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의 성격, 직원들이 나에게 꼭 지켜줬으면 하는 부분, 사적인 대화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약간의 긴장감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곤 한다.
'내 옆자리에서 일하는 선배는 선배로서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꼰대 선배일까? 아니면 본인의 일에만 집중하고 일을 후배 직원에게 미루지 않는 멋진 선배일까?'
'팀장님은 결재를 올릴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사소한 업무 하나를 처리할 때도 상의를 하는 것을 좋아할까? 아니면 내 판단으로 일 처리 후 보고하는 것을 더 좋아할까?'
이런 기본적인 성향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선배 직원과 업무 이야기를 하거나 팀장님에게 결재를 받을 때마다 얇게 얼어붙은 호수 위를 살금살금 걷는 기분이다. 업무로 바쁜 와중에 평소 신경 쓰지 않았던 직원들의 성향까지 맞추려 노력하다 보니 근무 피로가 두배로 쌓이는 듯한 기분.
업무가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상황은 이래저래 극복해 낼 수 있다. 직장생활 8년 차가 되니 "못해낼 업무는 없다"라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거니와 내가 노력을 쏟은 만큼 항상 결과가 나오니 업무를 하는 것에서는 큰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바뀐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맞추어 가야 한다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극복하기가 참 힘들다.
이제 부서 이동을 한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했던가. 지난 2주의 시간은 나에게 너무 길게 느껴졌다. 꼭 2달 동안 휴가 없이 회사를 다닌 것 같이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퇴근을 하면 사랑하는 구일이와 포근한 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없었다면 우울한 기분에 휘둘려 업무에 집중도 잘하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나의 이러한 고민들과 스트레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다만, 지금의 기분을 기록해 두는 것이 추후 똑같은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 큰 위로가 됨을 알기에 오늘 느끼는 이 기분을 기록해 둔다.
직장은 돈을 버는 곳이고 나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내가 느끼는 스트레스를 돈으로 교환하는 곳임을 잘 알고 있다. 이 스트레스 또한 돈으로 잘 교환되어 나에게 잘 전달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