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5일의 기록
회식 날이 되어 레스토랑에 도착하자마자 직원들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회사 동료들과 분위기 있는 곳에서 식사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를 포함한 회사 직원들의 분위기와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 잔잔한 재즈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바깥이 어둑해질수록 야경은 더욱 빛났다. 오랜만에 눈과 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와인 1병이 3병, 4병을 부르는 지경에 이르자 잊고 있던 회식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회식에서 오는 첫 번째 스트레스는 회사 밖에서도 회사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회사 동료들의 성격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회사 밖에서 하는 회사 이야기가 흥미롭고 좋을 리 없다. 단순히 회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만 하면 좋으련만 "대리 때는 응당 이래야 하고, 차장 때는 응당 저래야 한다"라는 약간의 편견 섞인 말을 듣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다.
두 번째 스트레스는 소통의 부재에서부터 출발한다. 회식은 큰 틀에서 보면 사람들과 모여 의견을 나누는 모임의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친구나 가족들과 모임을 가질 때는 대화의 주제에 대해 나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며 감정과 심정을 공유한다. 나와 타인이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가 풀리고 타인과 나의 공통점이 발견되면 그 사소한 사실에 크게 감동하기도 한다.
회식은 앞서 언급한 친구나 가족 모임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모두가, 그리고 모든 자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뱉은 말들은 아주 날카로운 시선으로 공감이 결여된 평가를 받게 된다.
'언제부터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나?'
'회사 입사하고 두드러기 등 피부병으로 술을 끊게 되었습니다'
'회사 들어오기 전에 술을 마셨으면 마실 수 있는 데로 일부러 술을 안 마시는 거네. 술은 좀 마실 줄 알아야 하는데'
'골프는 왜 안치지?'
'골프보다는 러닝이나 웨이트 같은 땀내는 운동을 더 선호합니다. 그리고 골프를 치게 되면 돈을 많이 쓰게 되어서 아직은 부담스러워요'
'그래도 나중에 나이가 들고 하면 골프 만한 운동이 없어. 골프는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해'
위 대화들은 수많은 답이 정해진 대화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내 의견에 대한 그들만의 답이 정해져 있으니 의견을 피력하기가 두려워지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저 별로 공감하지도 않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하는 무기력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8년간 회사를 다니다 보니 마음이 맞는 직원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10년 이상 근속기간 차이가 나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후배인 내가 먼저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 등 시간이 날 때 만나자고 제안할 만큼 나에게는 편안한 분들이다. 이분들과의 모임에 회식이라는 이름은 붙이지 않는다.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