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완이가 조리원 졸업을 하고 집에 온 지 2주가 지났다. 우리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구일이와 나의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일상이 시완이 위주로 흘러가게 되었고 신생아 울음소리와 초보 부모의 당황한 탄식들이 우리 집을 가득 메웠다. 처음 하루, 이틀은 그저 잘해보겠다는 막연한 열정을 품고 지냈다. 무엇을 잘해야 하고 무엇에 대한 열정을 지녀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시완이가 울면 안아주고. 배고프면 먹여주고, 기저귀가 젖으면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신생아가 우는 6가지 이유'를 유튜브에 검색해 보고 울음의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 6가지 이유 중 한 가지이겠지' 하며 괜히 뽀송뽀송한 기저귀만 뒤적거리며 시완이만 귀찮게 했다.
그렇게 열정만 가지고 있던 초보 아빠인 나의 곁에 예비맘 교육이 아주 잘 된 초보엄마가 있어 다행이었다. 그저 아기는 원래 울면서 크는 걸 거야, 하며 힘듦을 정당화시키고 있었던 나와는 달리 구일이는 시완이가 불편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배앓이를 하는 시완이를 위해 젖병과 젖꼭지를 교체하고, 방귀를 잘 뀌지 못하는 시완이를 위해 유산균을 바꾸어 먹였다. 시완이가 잠투정을 하는지, 배앓이를 하는지, 또는 방귀가 마려운지 잘 체크해 불편함을 해소해 주었다.
2주가 지난 지금, 구일이 덕분에 우리 삶에 찾아온 기쁜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자신감까지 생기곤 한다. 우는 시완이를 달래 두 팔로 안아 재우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모습이 내가 상상해 왔던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 중 하나의 모습인 것 같아 기분이 꽤 괜찮다.
하지만 여전히 이유 모를 울음이 집안을 가득메울 때면 괜히 초조해지고 걱정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기도 한다. 몸을 베베꼬며 칭얼거리면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왜 불편해하는지 생각이 많아지곤 한다.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웃음을 지으면 나도 모르게 따라 웃으며 잠깐 머물고 있던 걱정들을 머릿속에서 모두 지우곤 한다.
3시간마다 밥시간이 돌아오는 저 귀여운 신생아 덕분에 구일이도 나도 잠이 항상 부족한 상태로 지내곤 한다. 가끔씩 배냇짓을 하며 새근새근 자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잠이 좀 부족하면 어때, 다 시완이를 위한 고생들인데,라고 생각하다가도 생후 100일을 맞아 통잠을 자는 '100일의 기적'을 하루빨리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