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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Oct 20. 2021

직장인의 점심시간

2021년 10월 8일의 기록 

2021.7.8 / 서귀포 / Sony A7r2 / Sony 55mm f1.8

아무 생각 없이 TV 채널을 돌리다 평소 즐겨보던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채널 돌리기를 멈추었다. 매일 직장상사를 위해 점심식사를 정하고 주문하는 것이 너무 스트레스라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했다던 직장인이 나와 에피소드를 털어놓았고, 진행자들은 공감을 하는 듯 하지 못하는 듯 그 아슬아슬한 경계 사이에서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매일 '점심식사로 무엇을 먹을까' 고르고 있는 직장인인 나로서는 고민을 풀어놓는 사연자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할 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그 사연자의 상황을 겪은 것은 아니니 섣불리 고민의 경중을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고민자의 사연이 '점심시간'이 직장인에게 주는 상징성을 분명히 드러내 주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줄 만큼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시간이라는 사실.   


직직 장인에게 점심시간은 참 귀중하다. 오전 내 열심히 일한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1시간의 짧은 휴식시간.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것은 두 번째이고, 잠시나마 회사에서 벗어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거리를 걸으며 하늘을 바라보기 위함이 첫 번째이다. 평소 음식에 미련이 없는 나에게 점심시간이란 빨리 배를 채우고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시간.


점심시간을 누구와 보내는지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상대와 점심을 먹어야 할 때면 하루종일 긴장이 되고 1시간이 10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중한 시간이 낭비되고 말았다, 느껴지게 된다. 반면 좋아하는 사람과 점심시간을 보내게 되면 아주 잠시 잠깐이지만 소풍을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회사 밖에서 느낄 수 있는 화창한 날씨에 감탄하게 되고, 돗자리라도 챙겨 와 잔디에 누워 햇살을 즐기고 싶어지기도 한다.


혼자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나는 식사를 빨리하고 차 뒷자석에 앉아 영어회화 공부 20분을 하거나, 이어폰을 끼고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 기사를 보는 것도 너무 반갑다.   


점심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나를 포함한 직장인들은 온전히 그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 수 없다. 점심시간도 업무의 연속이라는 꼰대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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