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그냥 두면 지나간다고? 지나가긴하겠죠 우리가 헤어진 뒤에...
혹시 그런 말 들어보셨나요? 회사에 입사해서 1년 3년 5년... 홀수 년이 되는 해가 ‘퇴사욕구가 가장 높을 때’라는 말이요. 연애도 비슷한가 봐요. 사귄 지 3년째 그리고 5년째 되어가던 때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데 시간이 너무 안 가더라고요. 이상하게도 얼굴을 보면 좋긴 한데 무언가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이런 게 바로 오래된 연인들에게 찾아오는 ‘권태기’인가 싶었어요. 데이트 장소까지 가는데 살짝 귀찮은 생각이 든다거나, 만나도 각자 할 일만 한다던가 뭐 그런 거 있잖아요.
근데 그건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고요. 나도 그렇게 느꼈으면서, 남자친구한테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했죠. 여러 감정에 혼란을 느꼈어요. ‘헤어져야 하나?’, ‘극복해야 하나?’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남자친구가 좋으니 한번 부딪쳐보자'는 단순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요.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방법을 시도해봤죠. 지금 이야기 해보려는 5가지 방법이 지속적인 연애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권태기를 극복하는 데 정확한 답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게 가장 잘 맞는지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를 거 같거든요, 그러니 한 가지씩 차례로 지금의 연애에 적용해보세요
하나, 나에게 집중하기
극복하기로 했으면서 나에게 집중한다는 게 조금은 모순적이죠? 그런데 ‘권태기’라는 게 상대에게 원하는 기대치가 높아진대서 온다고 보거든요.
무언가 새로운 걸 바라고, 그 새로운 게 상대방으로부터 나왔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요. 이미 권태기가 우리 사이에 먼저 와서 자리 잡고 있는 데, 남자친구에게 ‘심쿵 할 만한 무언가가’ 나올 리가 없었죠. ‘바꿀 수 없는 데 집중하기보다 바꿀 수 있는데 집중해보자’ 생각하면서 나에게 집중하기로 했어요.
항상 같이 가던 서점도, 제 일정에 맞춰서 혼자 가봤어요. 처음엔 허전한데 나의 삶의 흐름에 따라 가야 할 시간에 딱 맞게 서점을 가니 좋더라고요. 그 동안의 데이트 시간은 거의 매번 상대적으로 바쁜 남자친구 일정에 맞춰줬거든요.
주말이 되면 오롯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했어요. 평일에 못 잤던 늦잠자기, 취미로 배우고 싶었던 코바늘 강습 등 나를 위한 시간에 집중했죠. 오히려 남자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지더라고요.
오늘부터는 내가 ‘나’를 먼저 챙겨주세요. 나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다 보니 관심사가 바뀌더라고요. 남자친구에게 쏟았던 시간을 조금 덜어내니, 홀가분해졌고요. 아마도 기대치가 낮아진 데서 오는 감정의 여유로움이겠죠? 남자친구의 반응에 좌지우지 되지 않더라고요.
“옷 샀어? 예쁘다.”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남자친구인데 어느 순간부터 이 옷이 새 옷인지 아닌지 조차 모를 때 그게 그렇게 섭섭했죠. 나에게 집중하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내 만족이 우선이었고, 새 옷을 구매하는 것도 내가 충분히 좋으면 그만이었죠.
나 자신과 데이트한다 생각하고 초점을 바꿔보세요.
둘, 각자의 거리두기
"오빠, 우리 시간을 좀 가질까?"
"....헤어지자는 말이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며칠 동안은 연락하지 말고 말 그대로 각자 지내보자고"
둘 사이에 '환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남자친구에게 당분간은 연락하지 말고 시간을 보내보자고 제안했죠. 의무적으로 연락해야 하는 일도 없고, 억지로 나가야 하는 약속 장소도 없었죠.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채웠어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2주 정도 지나니 슬슬 궁금하기도 하고 보고 싶더라고요.
사람이 참 이기적이죠? 어떤 환경에 적응하는 순간 흥미가 떨어지고, 다시 적응이란 패턴이 깨지게 되면 또 일정한 안정감을 찾고 있으니까요. 시간적, 물리적 거리가 남자친구와 ‘함께 있음’을 더 애틋하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시간을 갖는다는 게 헤어져서 다른 사람을 만나보자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도 안 되고요. 오직 둘 만의 관계 속에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해보자는 게 목적이죠. 아무래도 기한을 정해놓고 하는 게 좋겠죠?
아마 일주일 동안은 불안하기도 할지도 몰라요. ‘이러다 헤어지는 거 아닌 가?’라는 생각도 들 수 있어요. 그렇게 몇 주 지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렇게 또 일주일이란 시간이 흐르면 연락하고 싶을 거예요. ‘여전히 사랑한다’는 증거였죠.
3주라는 시간을 정해놨었기 때문에 22일 정도 지나고 만나자는 연락을 했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연애하는 것처럼 그렇게 연애를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았지만요.
가끔은 자기만의 공간으로 돌아가보세요.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물론 시간을 갖는 것, 즉 다시 만날 걸 미리 알고 있는 것과 기약이 없는 건 다르지만요. 헤어지지 말고 시간을 가져보세요.
셋, 낯설게 하기
남자친구랑 어디 갈지 가장 고민했던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권태기가 왔을 때요. 새롭게 무언가를 같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서울근교 가볼만한 곳, 국내여행지 추천, 데이트장소 등 검색해보면서 둘이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걸 해보려고 했죠.
낯선 장소에서 좋은 추억들을 쌓았어요. 가평에서 번지점프, 도자기 만들기 등 둘이서 처음 하는 것들을 찾아서 했죠. 사귀기 시작했을 땐,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왔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재밌는 무언가를 찾아야 하더라구요.
추억을 새롭게 쌓기 위한 노력이었던 거 같아요. 기존의 추억들이 희미해갈 때의 ‘전환점’이랄까요? 그러는 동안 데이트가 다시 즐거운 시간으로 느껴지더라고요.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하는 데서 오는 설렘이었어요.
남이섬 근처에 가면 국내에서 높은 걸로 손꼽히는 번지점프 하는 곳이 있어요. 한번 하는데 인당 3만원 정도였는데, 한번 구입하면 환불이 안 된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 줄 하나에 의지해서 뛰어 내렸어요. 점프대에서 안내원이 3.2.1. 카운트다운을 하는데 주저 없이 뛰어 내렸죠 뭐, 다시 돈 못 받는다고 하니까요. 그때 했던 것들이 지금까지 해본 데이트 중 손 꼽히는 추억 중에 하나가 되었죠.
결혼 전에 여덟 번이나 같이 보낸 크리스마스에 도자기를 만들러 간 적이 있어요. 저는 남자친구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렸고, 남자친구는 저의 첫 책의 베스트셀러를 기원하며 책 표지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그렸죠. 이 두 개의 접시는 신혼 집 책장 한쪽에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어요.
여러 가지 경험도 쌓고 둘 사이도 가까워지고 일석이조였죠. 오래 사귀다 보면 웬만한 곳은 다 가보게 되더라고요. 1년 마다 돌아오는 몇 주년 기념일이나, 서로의 생일, 발렌타인 데이,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을 챙겼어요.
그 날 만큼은 특별하게 보낼 생각을 하는 건 상대를 위한 배려이기도 한 것 같아요. 무언가 해주고 싶고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니까요. ‘새로움’을 찾으면서 남자친구를 생각했고 준비하면서도 행복했거든요.
무언가에 익숙해져 있다면, 반대로 새로운 걸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넷, 솔직해지기
권태기라고 느끼던 어느 날, 남자친구에게 뜬금없이 말했죠.
"오빠, 나 아무래도 권태기라는 게 온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괜찮아 곧 지나 갈 거야."
남자친구는 이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와도 권태기를 느꼈었지만 자연스레 지나가더라고 했죠. 조금은 유치할지 모르지만 고민이었던 시들해진 감정에 대해 고백하고 보니 서로에 대한 믿음이 한층 더 두터워지더라고요. 친구, 가족, 그리고 연인 그 모든 관계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잖아요. 사람은 결국 서로 대화를 통해서 대부분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봐요. 혼자 '끙끙' 힘들어하지 마세요. 지금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자존심이라고 해야 하나요? 상대방이 나를 예전처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낄 때, 그 감정을 밖으로 들어내는 일이 어려울 수 있어요 진실을 마주하는 게 무서울 수도 있고요.
솔직하게 말했던 이유는 ‘극복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작가와 유튜버로 유명한 김미경 강사님이 이런 말한 적이 있어요. 두 사람이 만나 살아가는 동안 계속 심장이 뛰는 사랑만 한다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거라고 말이죠. 어떻게 매번 좋기만 하겠어요. 자연스러움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말해보는 것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될 거예요.
다섯, 끝을 그려보기
권태기가 찾아왔을 무렵 결혼에 대해 고민했어요.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더 이상 타오를 수 없는 완전히 식어버린 감정일까? 그렇다면 여기서 그만 헤어지는 게 맞지 않을까?
결국 우리의 끝은 헤어짐이나 결혼 둘 중 하나였으니까요. 결혼으로 귀결시키고 보니, 권태기도 하나의 과정이고 자연스러운 기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다시 서로를 한시도 빠짐없이 그리워하는 시간으로 돌려놓을지 고민하며 초조해하지 않았죠.
권태기가 소중한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방적인 사랑에 지친 것과 권태기는 분명히 차이가 있으니까요. 너무 익숙해져서 서로에게 소홀해지는 시간, 하지만 가끔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죠.
끝을 그려보라는 의미가 극단적으로 헤어지라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시간을 두고 같이 충분히 노력해보고 맞춰보라는 이야기죠. 언젠가는 지나가겠지 라는 생각으로 권태기를 극복해 나가는 시간들 조차도 의미 있는 연애를 하시길 바랄게요!
연애 실패를 되풀이 하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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