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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음 Oct 07. 2021

7년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아이가 생겼다_1화



"오빠, 나 회사 그만두고 싶어"


"왜?"


"그냥... 회사에서 하는 일들에 의미를 못찾겠어. 내가 좋아하는 일들 하면서, 돈 벌고 싶어"


"그렇게 해"


거의 2년간 남편한테 '그만둘까'를 외치던 나, 결국 남편은 허락해주었다. 그렇게 내 뜻을 존중해 준 것이다. 

회사 다니면서도 책도 출간하고, 유튜브도 해보고, 블로거로도 활동하고 심지어 스마트스토어로 상품도 판매해보면서 다른 길들을 시도해봤기에 퇴사하는 삶을 더 응원을 해준 것 같다.


그로 부터 약 4개월 후 우리부부에게는 아이가 생겼다. 그동안 아기를 기다리긴 했는데, 퇴사하고 나니 아기가 찾아와주었다. 보통 회사를 그만두면 아이가 생긴다는데, 나도 그랬던 걸까?


아이가 생기니, 그 무엇을 가진 것보다도 기뻤다.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한달에 한번씩 아기 초음파를 보러갈때마다 그렇게 설레일 수가 없었다. 오늘은 얼마나 컸을까?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뱃속에 있을까? 등등 남편이랑 같이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퇴사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입덧이 시작되었다. 거의 4개월간은 누워지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남편이랑 아침 챙겨먹고, 남편을 출근시킨다. 그리고 나서 거실에 덩그러니 놓인 쇼파 위에 몸을 눕힌다. 그때 부터 소위 '눕눕'시작!


 하루에도 수십번씩 배탄 사람처럼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지냈다. 다행히도 내가 겪은 입덧은 먹으면 토하는 토덧이나, 먹으면 체하는 체덧 같은게 아님을 감사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임신 초기 안정기를 지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몸은 원래 내 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제서야 생각나는 나의 퇴사이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 벌고 싶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 벌고 싶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 벌고 싶어"


이제 출산을 거의 3개월 앞두고 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 버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생겨버렸다. 바로 '출산준비'이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은 건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뭐 라도 해야할 것 같은 초조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는 생각지도 못한 호르몬에 노예가 되어버렸다.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불안감'이유도 없었고, 무슨 일이 생긴것도 아니였다. 그냥 갑자기 내가 뭘 하면서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올라왔다. 그리고 새벽마다 잠을 깨기 일쑤였다. 평소에 '박긍정'으로 통하던 나였기에, 나 조차도 적응 할 수 없는 내 몸의 변화를 바라보며 친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언니, 나 왜이러지?"

"왜 그러지에 대한 이유는 없어, 원래 사람 심리가 아무 이유없이 그렇게 되는거야. 그러니까 중요한건 니가 이유를 찾지말고 생각을 전환해봐"


나름 심리학을 전공하고, 그쪽으로 일하고 있는 언니였기에 일리가 있어보였다. 그리고는 몇 주간, 나의 삶은 그야말로 '다이나믹'그 자체였다. 이런게 그 무섭다는 '호르몬'인가?


그동안 나는 잘 지내고 있었고, 심지어 그렇게 쇼파와 하나가 되어 지내던 4개월 동안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여기 이런 생각이라 함은, "뭐 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조급함이다. 사람이 자기 몸을 건사하기 어려울 때, 당장 언제 몸이 회복될지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나만 그런가 싶어서 동네 맘카페에 올린글 '저 처럼 이렇게 초조하신분 계실까요?' 당장 출산이 임박한데, 나는 왜 지금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다른 임산부들도 그런지에 대한 궁금함을 올렸다. 4개 정도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비슷한 생각이였다. '나도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다.', 혹은 '나도 남편 벌이가 적은것도 아닌데 일하고 싶다' 등등 그나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임산부들이 있음에 위안을 얻어본다. 


 나만 뒤쳐지고 있는 것 같고, 남들 다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 

딱 그거였다.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할 수 있는 일들에 제한이 있고, 코로나로 인해 몸을 사려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생각보다 앞서는 이 의욕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한에서 '뭐라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글의 시작은 내가 '뭐라도'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을 담은 그 첫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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