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그게 내가 될 수 있으니 각오해라♬
Who knows how long I've loved you
You know I love you still
가만히 있어도 콧노래가 나온다-♬
연간 과제지만 9월까지 완료해야 하는 이상한 KPI로 가득 찬 K-개발자의 출근길이 이랬던 적이 없다. 이런 엉터리 과제와 음정도 박자도 엉망진창인 노래의 핑계를 바뀐 계절만 탓하는 것은 무리다. 선밴님이 자주 하는 말처럼 이건 아무래도 아규(argue)가 있다.
공과 사는 딱 구분해야 맞지만, 경력보다 덕력이 긴 덕후의 일상은 막 그러기도 쉽지 않다. 회사에서 으레 오가는 스몰톡이 귀찮지 않았다. 짧았어야 할 이야기가 더는 짧아지지 않았다.
❤최애❤의 작품이 잘 되었다. 역시 덕후에게 이거 말고 다른 핑계는 좀 부족하다. 힘들 때 웃는 사람이 일류라는데, 힘들 때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뭐쯤 될까. 야근하면서도 콧노래가 나온다-♬
최애의 새 작품은 드라마다. 언제나 다양한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최애는 이번 작품에서 또 전에 해 보지 않은 역할에 도전했다. '예삐예삐뽀삐예삐, 에스파'가 보여주는 SMCU 세계관도 짜릿하지만, 덕후는 매 작품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최애에 또 한 번 빠진다. 역시 내 세계관에선 최애가 1등이다.
방송사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K-드라마는 여러 분류로 나뉜다. 방영 주기에 따라 일일 드라마, 월화 드라마, 수목 드라마, 주말 드라마 또는 금토 드라마, 일요 드라마가 있고, 방영 횟수에 따라선 짧게 2부에서 4부짜리 단막극과 미니 시리즈는 12부, 그 이상은 중편 드라마, 또 그 이상은 대하드라마라고 한다.
뭐, 어떤 작품이든 언제가 되든 얼마나 하든 일주일에 두 번 꼬박 한 시간 최애를 만날 수 있는 건 덕후의 행복이고 행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방 사수는 최애와 하는 약속이다. 내가 이 약속을 어길 리가 없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여기저기 먹을 것 천지다. 다년간 덕질로 학습된 덕후의 알고리즘은 가만히 있어도 최애의 콘텐츠를 떠먹여 줬다. 잘 키운 알고리즘 하나는 열 개의 OTT가 부럽지 않다.
최애의 화보 촬영과 인터뷰 스케줄이 올라왔다.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한 팬계정도 늘었고, 재방에 삼방은 물론, 방송국 공식 채널에서는 본방이 끝나면 방송 코멘터리랑 제작 비하인드까지 말아줬다.
거기에 최애는 변함없이 연기 맛집이다. 이번 씬의 서사는 짠내가 났는데, 또 다음 씬에서 보여준 눈빛은 너무 달달했다. 이 연기는 그냥 보기만 해도 살이 찌는 것 같다. 본방 사수할 때 주문한 야식을 탓하기보단 이렇게 최애의 핑계를 대는 게 맘이 편하다.
그래, 다 최애 때문이다. 드라마가 인기라 벌써 시즌2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최애의 차기작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아는 맛이 제일 좋다고 하지만, 새로운 최애의 떡밥이 나온다면 나는 그것도 먹을 거다❤
덕질. 오롯이 나의 마음만으로 시작한 이 불완전한 관계는 어째서 여전히 나의 힘과 쉼이 되는가. 나는 이번 가을에도 알 수 없을 거다.
계절은 바뀌었지만, 고민 끝에 얻어낸 성취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 모습과 늘 최선을 다하겠다는 씩씩하고 담백한 인사가 변함없다. 아직도 최애는 자기가 벼인 줄 아나보다. 내 가을은 이렇게도 온다.
나 제법 쿨하다고 생각했는데, 꽤나 유난스러운 덕질을 했나 보다. 친구들은 최애를 보면 내가 생각난다고 한다. 이번 주도 그렇게 받은 연락이 몇 개다. 그래서 나도 가을 편지할 참이다. 최애를 닮은 들꽃과 달과 같은 소박한 모양의 카드에 은은한 마음을 담아✨
가을 잘 보내길 바라요❤
p.s. 수고했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