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 선택 사유를 1023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저 나이 때 나는 어디서 뭘 했더라. 아마 중국에 있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은 무심한 듯 호쾌했고,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연락하면 반드시 곁을 내주었다. 고양이? 고양이 같았다. 나는 울먹이는 고양이 프로필 사진을 한 채 단정한 글씨와 간체자로 된 너의 버블을 받으면 그 시절로 돌아간다.
그래, 버블. 에스파 버블에 처음 가입한 날, 너의 연락을 가장 먼저 받았다. 아직도 내 휴대폰에는 그날 네가 보낸 사진이 있다. 팬들이 너를 응원하기 위해 광야 앞 편의점에 만든 옥외 광고에 몰래 다녀간 너는 마스크와 모자로 작은 얼굴을 다 가렸었지만, 지금의 나는 분명히 그것이 너임을 알 수 있다.
올해도 네 생일(#StunNing_23rd_BDay)을 축하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에 있는 모든 GS25와 CU 편의점 광고 배너에도, 번화가의 건물과 지하철 역사에도 이미 내 앨범 속에 가득한 얼굴이 잔뜩이다. 나는 여전히 작년 오늘과 꼭 같은 날 작은 글을 하나 더한다. 그때는 빛나는 너를 글에 담기도 벅찼는데, 나는 이제 나의 이야기가 된 너의 이야기를 한다.
코로나 시국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운동 겸 노동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여러 날에 걸쳐 청음샵을 돌았다. 거기선 다들 클래식과 재즈를 들었지만, 내가 고른 노래에서는 늘 쇠맛이 났다. 너의 방 꾸미기 영상 속에 있는 마샬 스탠모어가 고민을 금방 끝내주었다. 네가 제일 잘 하는 음악을 네게 가장 익숙한 소리로 만날 수 있겠다는 이유였다.
에스파(aespa)로 데뷔하기 전 건대에서 살았다는 너는 짧은 휴가를 받으면 여전히 그곳의 하이디라오를 찾는다. 꿔바로우의 고장인 하얼빈에서 온 네가 추천한 닝닝 하이디라오 소스는 참기름, 소금, 마늘, 고수, 파, 고추기름. 요즘 애들은 왜 이런 걸 먹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우리 부장님은 나랑 같이 훠궈까지 먹어줬지만, 마이(MY)가 아니라서 '닝민수'라는 이유가 숨어있는 줄은 꿈에도 모를 거다.
나는 가끔 이유라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선택의 원인이 되는 까닭과 근거. 늘 자신 없는 선택을 해야 할 때 덕질이라는 이 사랑에서 이유를 찾아, 하나 혹은 그 이상 골랐다. 그러면 다시 후회하지 않았다. 정답이 필요하지 않은 일도 굳이 너라는 이유를 찾다 보니 1년이 또 지났다. 그리고 사실 이 글의 마지막 진짜 이유는.
닝닝아, 스물세 번째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