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렸지만 부러지지 않았다

by 박배
직장을 그만두고 경매에 도전했다. 예상치 못한 주식 실패로 삶이 흔들렸고, 낙찰 후의 현실은 생각보다 거칠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내게 큰 수업이 됐다. 이 글은 그 실패의 기록이자, 조금씩 다시 세워가는 나의 이야기다.


퇴사 후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는데, 석달 쉬고 나니 새로운 시작이 간절해졌다. 곧바로 경매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회사 다니면서 드문드문 책만 몇권 읽었지, 실제로 물건 분석 한번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 한달 동안 이전에 사둔 책들을 복습한 뒤 학원에 등록했다. 경매 낙찰을 목표로 한 수업이라서 이론은 따로 가르쳐주지 않고 물건만 잔뜩 추천해줬다. 비교적 안전하고 권리분석 깔끔한 서울·경기 아파트들 위주였다.


추천 물건 중 내 투자금으로 할 만한 것들을 추려서 강사에게 입찰가와 함께 이메일로 보내면, 그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받는 방식의 수업이었다. 입찰가는 실거래가와 임장을 토대로 10% 수익 실현을 계산해 정했다. 이 룰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강사는 절대 입찰가를 찍어주지 않는다. 덕분에 추천해준 많은 물건들을 일일이 다 분석하고 예상 낙찰가를 추정해보면서 감을 키울 수 있었다.


나는 시간이 많으니까 매일 법원에 갔다. 첫 세 번은 경쟁률도 높고 낙찰가는 실거래가 수준이라 패찰했다. 임장 당시 동네 분위기가 좋아 좀 욕심을 낸 네 번째 물건이 내 차지가 됐다. 좀 더 도전하면서 실전연습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낙찰받아서 아쉬운 감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부동산 경매 투자자가 됐다.


낙찰 사례들을 보면 하나같이 명도도 매도도 쉽게쉽게 해결해 2~3개월 만에 몇천만원을 벌었다고들 하는데, 나는 경매 한건으로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온갖 실전 경험을 했다. 그만큼 모든 과정이 순조롭지 않아 스스로 찾아보고 해결하는 시간이 길었고, 지금도 매도를 기다리며 버티는 중이다.


2년 정도 시간을 두고 부동산 투자와 자기계발, 사업준비 등으로 내실을 다질 계획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나를 극한으로 몰아넣었다. 주식엔 손도 대지 않겠다던 다짐이 무색하게 경매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키워보겠다고 통장에 있던 현금을 모두 국내주식 한 종목에 올인한 것이다. 경매공부에 몰두하던 때라 욕심이 앞선 나머지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 단타를 쳐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겠다고 홀린 듯 성급한 결정을 해버린 그 한순간 실수가 2024년 하반기와 2025년 상반기, 어쩌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불행의 씨앗이 됐다.


드라마도 어쩌면 이런 드라마가 다 있는지 다음날부터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매 입찰 보증금도, 낙찰 후 잔금도 모두 마이너스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해 치렀다. 여태 매도 타이밍을 못 잡고 바닥까지 내려앉은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빼서 생활하고 있다. 금방 팔릴 줄 알았던 경매 낙찰 아파트도 몇 달 째 비워져 있으니 다달이 나가는 대출 이자 역시 만만치 않다. 아파트 매도가는 1000만원을 낮췄다. 이것도 내가 욕심을 덜 부렸다면 좀 더 일찍 결정했을 텐데 모든 게 나의 무지와 과욕 탓이다.


이 와중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멘탈을 부여잡아, 경험을 성장의 계기로 삼기로 했다. 살면서 이렇게 현금이 아쉬운 적은 없었다. 여전히 돈을 벌기보다 손실을 피하는 것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자각하고 최대한 빨리 현금 흐름을 만들기로 했고, 당장 할 수 있는 1인 사업을 찾았다. 이번달까지 공부를 끝내고 바로 시작할 계획이다.


만약 주식으로 또다시 크게 잃어보지 않았다면, 경매 아파트가 빠르게 팔렸다면 사업은 구상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잘 모르는 영역인 만큼 오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 미루고 미루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재 이 절박함이 실행의 힘을 길러냈으니, 지나간 일을 후회하며 괴로워할 필요 없다. 주식으로 잃은 수천만원과 집이 팔릴 때까지 나갈 대출·관리비는 경험값으로 여기면 된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큰 돈도 잃어봐야 한다고 하지 않나. 다음 경매는 좀 더 자신감있게 즐기면서 좋은 물건을 찾고, 명도와 매도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업 관련해서도 거창하게 시작하려다 시도도 못할 뻔했는데, 소소한 사업을 키워가며 확장하는 길이 있다는 것을 마케팅 공부를 하며 알게 됐으니 대단한 성과 아닌가.


멘탈이 무너지고 우울감이 밀려올 때마다 ‘나는 돈이 없는 대신 시간이 많다’고 위로하며 시간을 알차게 쓰는 데 집중했다. 블로그를 개설해 글을 차곡차곡 쌓았고, 관심이 있든 없든 다양한 강의를 일단 찾아 들었다. 틈틈이 지식을 넓이기 위해 책도 읽었다.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밖에 모르던 내가 온라인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도 확인했다.


시간적 여유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다듬을 수 있게 도왔다. 이제 축적된 경험으로 내 브랜드를 만드는 초입 단계다. 실패는 두렵지 않다. 조직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던, 기자 일밖에 할 줄 모르던 40대가 처음부터 잘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시작하고 도전하면 부딪히고 깨지는 게 당연하다. 이후 뒤따를 반성과 깨달음은 내게 성공과 부의 축적을 안겨줄 것이니 제대로 한번 달려보는 거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준비가 돼있다. 다음 글에서는 경매 낙찰 후 명도와 매도까지 이어지는 현실적인 과정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배우고 변해왔는지를 기록해보려 한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 천천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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