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매출 200% 올렸어요” 못 쓰는 이유

by 박배

세상은 온통 ‘숫자’와 ‘성공’을 외치는 확성기 같다. 스레드나 인스타그램을 열면 ‘석 달 만에 매출 200% 상승’ ‘퇴사 후 월 천만 원 버는 법’ 같은 자극적인 문구들이 범람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마케팅의 정석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훈수를 두기도 한다.


1인 사업가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내게도 주변에선 “기자님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자랑하세요” “수익 인증을 해야 사람들이 믿습니다” 등 끊임없이 조언을 건넨다.


고객사의 매출이 얼마나 올랐는지, 내 컨설팅이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증명해야 손님이 모인다는 충고였다.


17년 동안 팩트를 쫓고 본질을 문장에 담던 내게 그런 말들은 도무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서글프고 어색하기만 하다.


한 두번의 성과나 일부 결과를 내세워 숫자로 사람을 현혹하는 일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기술이다.


무엇보다 타인의 노력으로 일궈낸 ‘매출’이라는 결과물을 내 공으로 포장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나 역시 내가 만진 글이 누군가의 사업에 활력이 되고, 실제로 긍정적인 지표로 이어지는 것을 본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히 나 혼자 이룬 결과가 아니다.


사업의 세계에서 매출은 단 하나의 변수로 결정되지 않는다. 제품·서비스의 품질, 시장의 타이밍, 운, 그리고 마케팅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콘텐츠가 탄탄하면 마케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 매출 상승의 발판이 될 수는 있으나, 그 결과를 내 성과라 말하는 것은 기자의 문법으로 볼 때 ‘과장’이자 ‘왜곡’이다.


고객사의 사적인 지표를 내 마케팅의 미끼로 삼는 것은 문장의 행간에 진실을 담아온 내 업의 윤리가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마케팅이라는 화려한 기술 이전에 ‘기본’이 갖춰져야 한다. 아무리 요란한 광고를 뿌려도 그 안에 담긴 브랜드의 철학과 문장이 빈약하면 마케팅 동력은 금세 바닥나고 만다.


내 사업의 본질이 가벼운 유행에 휘둘리는 것을 원치 않는 이들, 숫자로 다 설명되지 않는 진심을 문장에 담고 싶은 이들은 그 사실을 안다.


나는 그들을 위해 기본을 다진다. 진심이 오해 없이 전달되도록 문장을 정돈하고, 브랜드의 본질을 날카로운 언어로 벼려내는 방식으로 말이다.


브랜드 블로그 대행·컨설팅 이력도 짧고 “매출 몇 퍼센트를 보장한다”는 호언장담은 할 줄 모르지만, 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


기자 경력과 직업윤리 기반의 신뢰는 때로 꼼수와 사기 수법에 속아 마케팅에 실패한 이들에게 대안이 되기도 한다.


언론계 생태를 잘 아는 사람들은 기자가 마케팅에 강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기사 자체가 설득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편집국을 설득해 기획을 통과시키고, 취재원을 설득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독자를 설득해 클릭과 반응을 만든다.


정보를 정리하고 흐름을 설계해 상대의 ‘납득’을 유도하는 것은 신뢰 기반 콘텐츠 마케팅과 같다. 결국 기사문과 마케팅 글 모두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는 콘텐츠다.


그러니 내게 문의하는 고객사는 일단 기자 출신 콘텐츠 마케터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출 성과를 수치로 보여달라는 식의 요청은 하지 않는다. 기자 생활 자체를 20년 가까이 한 것에 대한 존중도 있는 것이다.


17년 기자의 브랜드 콘텐츠 설계 강점은 △팩트 검증 습관 △복잡한 정보를 구조화하는 능력 △인터뷰·현장 취재 경험 △독자 심리 파악 △마케팅 퍼널 설계 감각 △데스킹(편집) 내공 △신뢰 자산 등이다.


이는 스레드나 블로그에 성과를 드러내지 않아도 글과 영상 등 콘텐츠로 신뢰를 형성하는 독자·고객 설득에 능하다는 의미다.


영리한 마케터가 되기보다 브랜드의 본질을 가장 정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콘텐츠 설계자로 남으려 한다.


내게는 수익 인증샷 한 장보다 잘 설계된 콘텐츠 하나가 더 강력한 제안서가 된다. 매출 인증 대신 문장의 밀도로, 숫자 대신 신뢰로, 화려한 포장 대신 꾸준한 본질로 말한다.


‘말’을 다루는 진정성과 콘텐츠에 담긴 태도의 방향성을 보고 장기적 파트너십을 이어갈 이들과 일하길 원한다. 그들의 실체가 시장에서 ‘당연한 선택’이 되도록 구조를 설계해 논리적 설득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


17년 동안 익혀온 기자의 감각으로 브랜드의 밑천을 단단히 다지고,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뢰의 문장을 쌓아 올리는 것. 그것이 내가 잘하는 일이며, 나를 믿고 찾아오는 파트너들에게 줄 수 있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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