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사람의 진화

by 박배

흔히 신문기자의 도구라고 하면 낡은 수첩과 펜, 노트북을 떠올린다. 하지만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다뤄 온 것은 활자만이 아니었다. 때로는 현장의 생생함을 담기 위해 캠코더를 들었고,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진실의 편린들을 영상으로 이어 붙이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퇴사 후 나의 세계는 종이 위에서 모니터 속 타임라인으로 조금 더 넓어졌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고양이 ‘하루’가 있다.


하루를 데려오고 1년간은 고양이 양육 공부를 하며 아이를 케어하느라 영상을 많이 찍지 못했다. 고양이 보호자로서 제법 익숙해진 뒤에야 아깽이 때 기록하지 못한 아쉬움이 들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때부터 매일같이 하루의 몸짓과 눈빛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카메라를 들이댔다.


취재 현장에서 보완용 영상을 찍던 것과는 또 다른 몰입이었다. 고양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느낀 건 영상 역시 글쓰기와 본질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첫 장면을 고르고, 불필요한 컷을 솎아내며, 영상의 핵심 메시지를 다듬는 과정은 영상이라는 매체를 빌려 윤문(潤文)을 하는 것과 같았다.


유튜브 공간은 자극적인 썸네일과 화려한 효과음이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도 기자의 고집을 버리지 못한다. 현란한 기교를 덜어내더라도 메시지가 단단하면 시청자는 반응한다. 기술은 결국 본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일상을 담을 때도, 누군가의 브랜드를 영상으로 구현할 때도 내가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예쁜 그림’이 아니다. 영상이 품은 진실한 서사가 무엇인지, 그 서사가 보는 이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내 사업의 영역은 글 콘텐츠에 한정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텍스트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찰나의 표정과 현장의 소리가 담긴 영상이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맥락을 짚어내는 기자의 시선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체득한 영상 문법. 이 두 가지가 결합했을 때 나오는 영상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 이상의 힘을 가진다.


나는 여전히 기록하는 사람이다. 다만 그 기록의 수단이 잉크에서 빛으로, 글자에서 프레임으로 확장됐을 뿐이다. 문장을 고치듯 영상을 다듬고, 기사를 기획하듯 콘텐츠의 흐름을 설계한다.


결국 좋은 글과 좋은 영상은 같은 곳을 향한다. 기교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단단한 사실과 가치다.

작가의 이전글“고객사 매출 200% 올렸어요” 못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