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와 다양한 플랫폼의 활성화로 글쓰기는 특정한 직업군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일상이 됐다.
짧은 메모 하나, 인스타그램 캡션 한 줄,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 예전이라면 몇몇 사람과만 나눴을 글들이 이제 불특정 다수에게 닿는다.
공공연하게 노출되는 글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묘한 함정에 빠지곤 한다. 바로 ‘내가 맞다고 믿는 표기법을 의심 없이 사용하는 관성’이다.
기자로 일하며 아는 단어도 지겹도록 다시 찾아봤다. 기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언어의 표준을 제시하는 공적인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중파 방송 자막에서도, 베스트셀러 책에서도, 권위 있는 언론사 기사에서도 틀린 표기는 발견된다. 워낙 많이 봐왔으니까 그게 맞는 표현이라고 뇌에 각인돼 실수가 나온다.
우리가 아무 의심 없이 쓰는 표현 중에 생각보다 틀린 게 많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면 그냥 틀린 표기를 고수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최첨단 AI에서조차 나타난다. ‘컨셉’이나 ‘런칭’ 같은 잘못된 외래어 표기를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AI는 ‘옳은 표기’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기’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후배들의 글을 데스킹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틀리는 지점이 생긴다. 한두 번은 그냥 고쳐주지만 계속되면 모르는 게 아닐까 싶어 따로 알려준다.
하지만 다시 본래의 습관으로 돌아가는 ‘언어의 관성’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이 관성을 깨기 위해서는 수시로 확인하는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
의미만 전달되면 그만이라는 편리주의적 시각도 있다. 언어는 사회적 합의다. 이 약속을 가볍게 여기면 글이 담고 있는 메시지의 무게마저 가볍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기사, 책, 보고서와 같은 공적인 글에서 맞춤법과 표기법을 지키는 것은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글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척도다.
개인 SNS라도 그 글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고려해, 가능하면 바르게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조금만 귀찮으면 된다. Daum 검색창에 헷갈리는 두 단어를 함께 입력해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예컨대 ‘결과값 결괏값’을 검색하면 ‘결괏값이 바른 표현입니다’라고 바로 알려준다.
특히 헷갈리는 외래어 표기
우리가 흔히 쓰는 외래어 중에는 국립국어원이 정한 표준안과 실제 발음, 혹은 익숙한 표기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설루션(Solution) vs 솔루션 (X)
아웃렛(Outlet) vs 아울렛 (X)
콘셉트(Concept) vs 컨셉 (X)
콘텐츠(Contents) vs 컨텐츠 (X)
론칭(Launching) vs 런칭 (X)
스태프(Staff) vs 스탭 (X)
‘설루션’ ‘아웃렛’ 같은 표기는 특히 더 낯설고 불편할 것이다. 잘못된 표기에 너무 오래, 너무 많이 노출돼 왔기 때문이다.
익숙한 표기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닐 수 있으니, 아는 것도 찾아보고 기준을 따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틀리기 쉬운 맞춤법 8가지
외래어뿐 아니라 순우리말 맞춤법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래 표현들은 틀린 쪽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자주 혼동된다.
단언컨대 (○) / 단언컨데 (✗)
‘단언하건대’의 준말이므로 ‘컨대’가 맞다. 발음이 비슷해 ‘컨데’로 쓰기 쉽다.
왠지 (○) / 웬지 (✗)
‘왜인지’의 줄임말로 ‘왠지’가 맞다. ‘웬’은 ‘어찌 된’ ‘어떠한’의 뜻이다. “웬일이야”는 맞고 “왠일이야”는 틀리다.
돼요 (○) / 되요 (✗)
‘되어요’의 줄임말이 ‘돼요’다. ‘되’와 ‘돼’가 헷갈릴 땐 ‘하’와 ‘해’로 바꿔보자. “그렇게 해요”가 자연스러우니 “그렇게 돼요”가 맞다.
든지 (○) / 던지 (○)
‘든지’는 선택, ‘던지’는 과거 회상이다. “가든지 말든지”(선택), “어찌나 슬프던지”(회상)로 구분하면 된다.
곰곰이 (○) / 곰곰히 (✗)
‘이’와 ‘히’ 구분이 늘 어렵지만, ‘곰곰이’는 ‘이’가 맞다.
금세 (○) / 금새 (✗)
‘금시에’의 준말이 ‘금세’다. ‘새’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몇 월 며칠 (○) / 몇 월 몇 일 (✗)
‘며칠’은 하나의 단어다. ‘몇 일’로 나눠 쓰는 건 틀린 표현이다.
했대 (○) / 했데 (✗)
‘~대’(~다고 해)는 전달, ‘~데’(~더라)는 경험이나 감탄이다. “걔가 맛있대”(전달), “생각보다 맛있데”(직접 경험한 감상)처럼 쓴다.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표현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