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니와 나누는 아침생각 19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
스테판 에셀 <분노하라>
짧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떤 마을에 어느 날 청년 하나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날라 온 화살이 여느 때처럼 길을 걷던 청년의 목으로 날라 들어 박히고 맙니다. 청년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몸부림만 허우적 대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기척에 마을 사람들과 길을 가던 사람들이 청년에게 몰려듭니다. 청년의 목에는 어디서 날라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장대 같은 화살이 박혀 있었습니다. 그 목덜미에서는 검붉은 피가 쏟아지고, 청년은 숨조차 쉬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러자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거들기 시작합니다.
이 화살이 대체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왜 누가 이 화살을 날렸는지,
이 청년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청년은 뉘 집 자식이고 나이는 어찌 되었고 하는 일은 무엇인지,
범인을 빨리 밝혀 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 번 일로 나에게 닥칠 위협은 없는지...
까닭을 찾고 이유를 만들어 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에서 이 일에 얼마나 거들 것인가 주저하고 고민합니다. 서로의 입장이 달라 이야기는 좀처럼 모아들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사람들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맙니다. 바로 고통을 직접 받는 화살 맞은 청년입니다.
이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고통의 제거'일 것입니다. 화살을 빼내어 응급으로 지혈을 하고 빨리 병원이나 치료를 받는 것이지요.
고통받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 고통의 원인과 이유, 향후의 영향에 대한 분석 따위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이 무서운 고통이 사라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몇해 전 봄날 즈음 골방에서 읽었던 어느 책 귀퉁이에 있던 이야기였습니다.
불도에서 불심을 말하는 일화였는데, '부처'가 누구인가에 대한 문답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부처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도 이 세상의 불의에 대한 원인을 바로 잡고 향후의 대책을 내어 주는 예언자도 아니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의 고통을 함께 하고 덜어 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요즘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권력을 잡은 사람은 잡은 사람대로 돈이 많은 사람은 많은 대로 아우성입니다.
같은 편이라 생각했던 이들끼리 아웅다웅 싸우고, 가진 자들은 더 갖기 위해 혈안입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우리네들은 도대체 현실감이 오지 않는 일들로 온갖 미디어가 채워져 있습니다.
공무원의 급여로 상상할 수 없는 재산을 쌓은 법관과 율사 , 그들에게 스폰서가 된 각종 신화의 아이콘, 그들을 비호하는 최고 권력자, 그리고 진실과 알맹이에 등을 돌린 극단의 진영 미디어.
한해 5억 원의 생활비로 무소유를 깨달은 철없는 정치인, 장부를 조작하며 기업을 부실하게 만든 기업인과 그들에게 공적자금을 건넨 권력자들.
그러나 이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들의 '공갈의 프레임'에 갇혀 현실의 고통을 인지 못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만 아니면 되기 때문에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의 아우성은 들을 생각도 없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빚만 늘어 가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는 물론 수당조차 꺼려하는 기성세대의 꼰대는 화살 맞은 청년을 두고 훈수 두고 상의하는 저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경계해야 하는 것은 먹물 속의 진주를 두고 장난하는 정치인도, 그들을 프레임으로 잘 이용하는 언론도, 그 뒤에서 거대 작용을 하는 자본의 힘도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나 하나쯤이라는 느슨한 생각,
모두 지지하기 어렵다는 모두와 전체에 대한 부정,
무엇보다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바로 그것이 가장 위험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곰탱이 처룽구리의 사랑하는 여니와 나누는 아침생각 2019_19-
#words #photopoem #iloveyou #mylife #everydaay #아침생각 #오늘의말씀 #삶 #일상 #goodnews #무관심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