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의 미로에서 피어나는 기도

영화 <헤레틱> (Hetetic)

by 박 스테파노

영화 <헤레틱> (스콧 벡·브라이언 우즈, 2024)은 A24 스튜디오의 작품답게 심기불편하다. 영화는 종교적 도그마를 해체하는 한 남자의 논리로 구축된 정교한 미로를 펼쳐 보인다. 리드(휴 그랜트)는 신념을 해부하는 자이자, 믿음의 언어를 의심의 칼날로 재단하는 인물이다. 이혼 가정의 상처를 안은 회의론자 반스(소피 대처)와 순수한 신앙의 얼굴을 지닌 팩스턴(클로이 이스트)은 몰몬교 선교 수행 중이다. ‘유일하게 참된 종교’를 찾겠다는 소망으로 그의 집을 찾는다. 하지만, 곧 리드가 설계한 폐쇄된 공간, 마치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논리의 감옥에 갇힌다.


리드의 언어는 매혹적이면서도 잔혹하다. 그는 종교를 웬디스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에 비유하며, 모든 종교는 이단으로 시작해 권력화된 복제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1904년 페미니스트 리지 매기가 고안한 「지주 게임」이 자본주의적 탐욕을 품은 <모노폴리>로 변질되었듯, 원시 신화와 고대의 진리는 예수를 거치며 끊임없이 열화된 ‘메아리’로만 재생산되었다는 주장이다. 그에게 종교는 언제나 최초를 상실한 복제물이다.


홀리스의 노래를 무단 전재한 라디오헤드의 “Creep”처럼, 종교 역시 원본 없는 변주곡에 지나지 않는다. 그 본질은 대중을 통제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일 뿐이다. 리드에게 믿음이란 블루베리 파이의 향기처럼 감각을 속이는 장치이자, 마케팅된 가짜 성분을 선택하는 문제에 가깝다. 임사체험은 뇌의 산소 부족이 빚어낸 생물학적 착시다. 기적은 손재주 좋은 마술사의 트릭에 불과하다. 그의 냉소는 신성함을 자본주의적 관리와 통제의 영역으로 끌어내린다.


그러나 영화의 끝에서 반스가 일어서는 순간, 이 논리는 뜻밖의 균열을 드러낸다. “종교는 의심”이라는 반스의 선언은 리드의 체계를 부정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완성한다. 모든 증거가 부재를 가리킬 때조차 입술을 열어 기도하는 행위, 그 불합리함이야말로 인간만이 감당할 수 있는 숭고한 오류임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무지가 공포라면, 의심은 그 공포를 가로질러 나아가는 첫 발걸음이다. 그리고 그 불완전한 걸음 위에서, 기적은 언제나 조용히 시작된다.


영화 <헤레틱>의 한 장면. A24 제공
• 연출: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 개봉: 2025년 4월 2일(한국)
• 출연: 휴 그랜트, 소피 대처, 클로이 이스트
• 스트리밍: TVING, Apple TV

매거진의 이전글실패한 번역인가, 새로운 확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