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세금으로 대머리 치료하냐"는 분들께

'탈모 공약'으로 보는 공약 이전의 공론의 중요성

by 박 스테파노

다행히도 저는 아직 펌을 할 정도로 탈모 걱정은 없습니다. 친가 외가 모두 "독두(禿頭)" 내력은 없으니, 아마도 탈모인들의 고충을 고스란히 이해하기란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실 대선 시국의 '탈모 공약' 논란은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지요.


하지만, 연일 탈모 '공약'이 뜨겁습니다. 찬반의 논란을 떠나 이슈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선거의 영역'으로만 국한해서 성공적이라 자평할만한 것은 같습니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답니다. 제법 살펴본 뒤, 개인적으로 아쉬움과 짜증이 남습니다. 포퓰리즘이라서? 건보 재정 안정에 대한 고려가 없어서? 마이크로 타게팅은 대선에서 무용한데 또 '오바마' 흉내라서?


모두 아닙니다. 제가 우려하고 비판하는 지점은 "확정"되지 않은 아이디어 제기(ideation)를 실행계획과 확정ㆍ계획 예산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준정책"인 "공약"으로 발표하였다는 점입니다.

카피라이팅의 힘


공약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 계획'


공약은 '당선이 되면 정책 추진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정책이라는 것은 상세 실행계획(action plan, timeline, 실행 주체)과 예산이 명시되거나 적어도 예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재명 캠프의 '소확행'은 그런 기본 요소가 없는 '아이디어' 투성입니다. 아이디어만 가득한 조직, 어디서 많이 보았지요. 요즘 스타트업, 예전 닷컴 벤처들의 거품이 이 아이디어만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었습니다. 필망의 전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텅 빈 상대 진영보다 낫다는 의견도 있고, 원래 공약이 그런 것이라는 이야기들도 합니다. 현상황에 대한 설명이라면 "예스"이지만, 잘 못된 현황이라는 인식에도 "예스"입니다. 한국 정치가 미국 정치의 그림자라는 자조가 있듯이 많은 부분이 닮아 있지만, 껍데기만 닮은 것이 바로 이 "공약의 완성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정치 지형은 적극적인 압력과 이해관계 도출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직능별 단체와 지역의 이해관계를 위해 로비스트들과 정책 설계자들이 1년 내내 '공약 거리'를 준비하니까요. 한국의 '정치 컨설턴트'들은? 여론조사와 홍보 패키지 영업에만 빠져 있지요.


다시 '탈모 공약'으로 돌아 가보면, 반대의 의견의 다수는 건강보험에 대한 이해 부족과 보건ㆍ복지의 행정 기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데,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세금으로 왜 대머리 치료를 해 주냐.", "중증 저소득 층 지원이 먼저다.", "건보료는 보편적 시행을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보수 진영의 반대 논리의 기저가 됩니다. 타당해서? 아닙니다. 오히려 억지에 가까운 몰이해이기에 토론이 어려워 지기 때문이지요. 한국의 관료주의는 국민을 정치ㆍ행정의 문맹으로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은 '세금'이 아니랍니다


'공약' 이전에 '공론'이 필요하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선 세금과 '준조세'라고 말하는 건강보험, 국민연금의 차이를 모두가 이해하게끔 설명해 주는 과정이 전혀 없습니다. (언론의 영역이라고요? 우리나라 언론이 설마) 돈에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기업의 회계는 당연하고 국가 정부의 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내가 낸 돈"을 추적할 방법이 없는 구조가 "세금"의 영역입니다. 일종의 기부금 모금과 같이 큰 목적에 의한 그릇에 담으면, 내가 낸 돈을 구분하기는 어렵지요. 이것이 바로 "세금"의 특징이고 합의입니다. 다만 건강보험은 본디 모습이 '보험'이기에 '내가 낸 돈'이 어디로 흘러가 '나에게' 쓰이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소위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건강보험은 보험의 고유 기능을 하려면, 내가 부담한 만큼 나에게 쓰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민간의 보험과 달리 사회보험ㆍ공적 보험의 태생적 특징으로 '의무가입'과 '보장의 보편성'이라는 제약과 강제가 있어 "세금"으로 오해됩니다. '사회보장제도'라는 것이 이러한 의미에서 세수, 세입과 혼동되곤 합니다. 학교에서 자세하게 배울 수 없는 지점인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지요. 국민건강'보험'은 본질이 '의료보험'인데 망각되기 십상입니다.


의료보험은 일반적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자가 평소에 일정액을 미리 지불함으로써 필요할 때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공적 부조의 금융 상품입니다. 질병에 이환되었을 때에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 됩니다. 모든 보험이 다 그렇지만, 원래 보험이라는 게 갑자기 예측 못하게 나가는 돈을 예측 가능한 돈으로 바꾸는 대신에 총금액은 약간 손해 보는 것을 감수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세금의 징수와 정책으로의 재정 사용과 구별되지요.

사회보험은 "복지 서비스"와 결이 다르다


그럼 '탈모에 대한 건강 보험 적용'은 타당한 것일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는 "정답"이 아니라 "합의"의 도출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신체의 완전성'은 의료보건의 기본이 되는 개념이기에 '보건'의 영역으로의 고민은 당연해 보입니다. 다만, 그것이 보험 적용 대상으로의 편입에는 '각자의 입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각자의 입장' 때문에 희귀 질환, 중증질환, 고위험군 등의 적용 확대가 "이슈"로 남아 있는 것이지요. '탈모 치료 적용'의 반대가 '중증 질환 확대'의 이유라면 사실 '의료보험'의 본질 상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는 것으로 동일 분류되는 이슈가 됩니다. 왜냐하면 '보험'은 '지원'이 아니고 '적용'이고, 의료보험은 '복지'의 영역이 아니라 '보건'의 영역이 되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공론'과 '합의', '협의'는 필수인데, 과정이 전무한 채 '공약'이라고 발표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해를 구하는 어떤 과정도 없으니 몰이해와 무지(정보의 부재)는 그저 '반대'만 부릅니다.


그럼에도 '건강보험'은 개혁이 필요해


저는 '산정 특례'라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보는 희귀 질환자입니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30대에는 건강보험의 징수를 저도 '세금'으로 인지하였습니다. 그러나 발병 확진을 받고 특례 대상 편입을 위한 여러 활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비로소 그 때야 사회 보험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개인 의견으로는 감기, 발열, 소화 불량 등의 생활 질환의 건보 적용과 수가 할당을 줄이고, 중등 이상의 고위험 질환(암, 치매 등), 희귀 질환, 출산ㆍ부인과 진료, 재활의 영역에 확대 적용해야 생각합니다.


보험의 재원은 유한하니까요. 이는 공론은 이미 형성되었으나 요지 부동으로 보입니다. 이유는 대중적인 경도 질환이 수가 적용을 받아야 개원의, 병원, 약사, 제약회사들의 살림이 보장되니까요. 선거 가간에 이들의 이기심과 맞서 싸운 사람은 김대중, 노무현 두 사람 말고는 전무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그것이 어려운 구조적 고착이 있다면, 중증 질환과 어린이 재활, 산부인과 진료와 환경 질환은 '의료 보험'이 아닌 '의료 복지'의 영역으로 포함ㆍ편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 보호'의 영역에서 '세금'을 직접 투입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공공 의료를 확대하고 기업의 각종 환경 부담금과 안전 과태료(중대 재해 처벌에 따른 벌금ㆍ과태료)등을 직결하는 방법을 찾으면 가능도 해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성도 높아져, 탈모까지 적용해도 큰 반발에 부딪히는 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개혁이 필요한 '건강보험'


공약에 해설이 필요하다면, 일단 실패


이재명 캠프는 '실용주의'를 주장하며 유연한 듯한 행보를 합니다. 저도 초기에는 기민한 '애자일 Agile'개념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줄 착각했습니다. 애자일이 담보되려면 천지개벽 수준의 수행 조직에 대한 엄청난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데, 아직 기미가 없습니다. '소확행'이라는 캠페인 주축 세력을 보고 더 확신이 들었습니다. 공론이 담보되지 않는 아이디어만 가득하겠다는. 상대 후보는요. 말해서 뭐할까요. 건보가 세금인 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알면서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멸공'에 몰두하는 오늘만 사는 사람들이니까요.

말해서 뭐해


이런 행정 절차와 작용, 의미는 학교 교육부터 시작이 되어야 하는데, 전무합니다. 기본이 되는 정책부터 공약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개선을 기대하기보다 유권자 스스로 권리와 의무를 학습하는 것이 빠를지도 모릅니다. 저도 늘 '공약이 없다'라고 푸념하곤 합니다. 실제 1. 실현 가능성이 없는 빈공약, 2. 나와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남들의 공약, 그리고 3. 내가 싫어하는 진영의 공약이라는 편견으로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문제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언론과 정부가 해 주지 못하는 것들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3 섹터의 시민단체라도 대신해 주었는데, 이제는 그들도 이해단체가 되어 조직 이기주의가 발동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일상은 더 버거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소중한 일상, 잘 공부하고 진짜와 가짜를 알아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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